뚜우~ 기적소리 울리면 나는 과거로 내달린다

섬진강 줄기따라 추억이 피어나는 전남 곡성 기차마을
  • 등록 2010-01-13 오전 11:45:00

    수정 2010-01-13 오전 11:45:00

[경향닷컴 제공] 하동의 쌍계사나 구례의 화엄사 말고 섬진강에 또 뭐 있나 궁금해하는 여행자라면 곡성의 기차마을을 권할 만하다. 섬진강은 임실과 곡성, 구례를 지나 하동으로 흘러내리는데 대개 구례~하동 구간만 보고 다 봤다고 한다. 구례나 하동 지역 못지 않게 곡성 섬진강도 유명하다. 1970년대엔 전라도에서 섬진강 유원지라고 하면 곡성의 압록을 뜻했다. 그땐 압록 앞에 너른 모랫벌이 펼쳐졌다. 거기서 은어도 잡고, 참게도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옛모습은 찾기 힘들다. 게다가 섬진강은 먹거리도 많다. 하동의 재첩 못지 않게 구례엔 고둥(다슬기)이 있고, 섬진강변 사람들이 찾아다닌다는 맛집도 있다.


50년대 모습 그대로 증기기관차 운행

요즘 곡성 섬진강의 명물은 압록이 아니라 증기 기관차라고 할 수 있다. 섬진강변을 따라 과거 전라선 열차가 다니던 철로를 옮긴 뒤 기차마을이 생겼다. 섬진강변을 따라 가는 철길은 강따라 휘었고, 열차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속도에 목을 매고 사는 사람들은 느린 것을 못 참는다. 결국 뒤편 산자락에 터널을 뚫고 99년 빠른 새 길을 냈고, 2005년 옛 철로에 증기기관차를 다니게 한 것이다.

▲ 50년대 풍광을 재현한 기차마을.
곡성 기차마을은 50년대 풍광을 재현해놨다. 기차마을 한 쪽에 영화 세트장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관도 있고, 점방도 있다. 68년 크게 히트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간판이 걸려있는 영화관도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도 여기서 촬영했다.
 
증기기관차도 있다보니 여기저기서 촬영을 오겠다는 방송사 영화사가 많다. 실제로 증기기관차가 나오는 모습은 모두 곡성에서 촬영했다고 보면 된다. 패션사진도 많이 찍어서 디카 동호인들이 기웃기웃 하는 곳이다.

증기기관차는 여름에는 5차례 다녔지만 겨울에는 하루 세 차례만 운행한다. 천장에 붙박이형 온풍기를 단 것을 제외하면 기차의 내부는 옛날 그대로였다. 50년대 기차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는 모르지만 증기차는 70년대 비둘기호를 닮았다. 열차의 등받이를 한쪽으로 젖히면 4명이 앉을 수 있던 바로 그런 열차다. 위아래로 밀어서 닫는 미닫이 창문이 달려있다.

기관차의 기적소리는 생각보다 여렸다. 우렁차게 산을 울리는 게 아니라 바람이 새서 한풀 죽은 경적소리였다. 평일이라 승객은 대여섯명이 전부. 기관차는 느렸지만 씩씩했다. 기관차는 쉴새없이 덜컹거렸다. 마치 바퀴가 모가 난 것처럼 쿵쿵거리며 섬진강변을 달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고만고만하다. 처음 섬진강을 찾는 사람들은 섬진강을 천하절경으로 착각한다. 섬진강은 강폭이 넓지도 좁지도 않다. 강변마다 콘크리트로 보를 쌓은 수도권과 달리 자연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섬진강의 매력이다.

역무원이 섬진강 전설을 얘기했다. 마천목이란 장수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어살을 놓았다는 얘기며, 섬진이란 이름은 임진왜란때 나왔다는 얘기도 했다. 왜군들이 몰려오자 두꺼비들이 울어대 화를 면하게 돼 두꺼비 섬(蟾), 나루 진(津)이란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광양 매화 마을의 본래 이름이 섬진마을이다. 그런데 섬진마을 하면 주민들 외엔 아무도 못 알아 듣는다.

기차는 가정역에서 섰다. 딱 25분 걸렸다. 역 앞에는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현수교가 놓여있다. 가정역에선 25분 쉬고 다시 기차마을로 되돌아간다.

다슬기탕·능이버섯닭곰탕 섬진강 별미

▲ 국물맛이 시원한 능이버섯닭곰탕.
섬진강은 원래 별미도 많다. 곡성 참게, 하동 재첩, 지리산 산채백반은 꽤 유명하다. 그외에 뭐 별거 없나 하는 여행자라면 섬진강 다슬기가 좋겠다. 하동이 재첩이라면 구례는 다슬기라고 할 수 있다. 표준어는 고둥이지만 고둥탕이라고 하면 어딘지 어색하다. 10여년 전쯤 토박이들이 알려준 구례의 다슬기 식당은 부부식당이었다. 다슬기 수제비가 유명했다. 이어 4~5년 전에는 토지면의 우리식당을 다슬기 식당으로 권했다. 요즘은 토지면의 선미옥으로 가보라고 했다. 선미옥이란 이름은 안주인의 본명이기도 하다. 기존의 다슬기 식당과 뭐가 다를까. 식당엔 국내산이 아니면 100배 보상한다는 글을 붙여놓았다.

“원래 다슬기탕이라고 하면 아욱을 넣지 않고 그냥 맑게 끓이는데 여기는 된장에다 아욱을 넣고 끓이니까 더 시원해. 처음엔 별로 안댕겼는디 자꾸 먹다본께 이것이 더 시원하고 좋단 말이여.”

▲ 된장에 아욱을 넣고 끓이는 다슬기탕.
구례농업기술연구센터 정연권 과장은 이 집을 찾는 이유는 “해후(기름을 바르지 않고 구운 김)에 밥을 놓은 뒤 다슬기를 넣은 간장을 찍어먹고, 토장탕(다슬기탕)을 한 숟가락 뜨는 맛”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인 곡성 토박이 김완수씨는 명성호수산장의 능이버섯닭곰탕을 꼽았다. “곡성 사람들이 곗날이면 모여서 밥 먹는 데라니까요.”

이 집의 메뉴는 능이버섯닭곰탕. 닭곰탕은 대개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하게 끓이는데 이 집 국물은 맑았다. 청양고추를 썰어 넣었는지 국물은 매콤했다.

“능이버섯은 서울서는 맛 보기 힘든 것이어라. 여기서도 가을부터만 나와라. 사시사철 먹을 수 없응께 많이 자셔.”

국물맛은 담백하고 시원했다. 신라호텔의 불도장과 비슷한 맛을 냈다.

섬진강은 이처럼 골마다 맛과 멋이 있다. 거긴 생각만 해도 든든하다.

▲여행길잡이

*대전 통영고속도로 함양IC에서 빠져나와 88고속도로를 타고 남원을 거쳐 구례 곡성까지 갈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 남원~구례를 거쳐 곡성으로도 갈 수 있다.

*기차마을에선 오전 11시30분, 오후 1시30분, 오후 3시30분 세 차례 증기기관차가 다닌다. 왕복 어른 6000원, 어린이 5500원. 편도는 어른 4000원, 어린이 3500원.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www.gstrain.co.kr (061)362-7717

*레일바이크도 타볼 수 있다. 섬진강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1㎞ 코스와 기차마을 코스 두 가지다. 침곡역코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2인 기준 1만5000원, 4인 2만2000원. 기차마을 내만 도는 기차마을 코스는 4인승 7000원. (061)362-7717

*숙소는 기차펜션과 심청 이야기마을이 있다. 기차펜션은 가정역 옆에 있으며 섬진강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다. 기차를 개조해 만들었다. 내부는 콘도식으로 돼있다. 5만(주중)~9만원(주말), 큰방은 13만(주중)~17만원(주말). (061)362-5600

*심청이야기마을은 곡성에서 광양방면으로 섬진강변 국도 17호선을 달리다 우측 전라선 철길을 건너 올라가며 보이는 옛 송정마을터에 곡성군이 지은 한옥건물이다. 1월 말까지는 코레일이 사용 중이다. 2인실은 주중 3만~4만원, 주말 4만~5만원. 4인실은 주중 6만~7만원, 주말 10만~11만원이다. (061)363-9910

*구례 토지 선미옥(061-781-6756)의 토장탕은 7000원, 특은 9000원. 다슬기수제비는 6000원. 다슬기무침은 2만~3만원. 곡성 명성호수산장(061-362-6700)의 능이버섯닭곰탕은 1인분씩 나오는 게 아니라 닭볶음탕처럼 한마리가 탕으로 나온다. 4인 기준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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