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말 한마디에..석유公 이라크서 쫓겨날 판

'묻지마식 폭로'에 1조원 투자 쿠르드사업 좌초 위기
쿠르드정부 내 정치문제 비화..한·이라크 외교분쟁 우려
"他 자원개발 사업 악영향"..산업부 "해결 위해 최선다할 것"
  • 등록 2015-03-17 오전 8:56:46

    수정 2015-03-17 오전 9:23:00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1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내 유전개발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묻지마식’ 폭로가 불씨가 됐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아슈티 하우라미 쿠르드자치정부 천연자원부 장관이 석유공사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 의원이 제기한 하우라미 장관의 뇌물수수 의혹이 쿠르드자치정부 내 정치 문제로 번지고 있어서다. 전 의원은 지난 1월 석유공사가 바지안 광구 개발을 위한 서명보너스 등의 명목으로 쿠르드자치정부에 3140만달러(한화 약 323억원)를 지급했는데 뇌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석유공사가 하우라미 장관이 지정한 영국 런던 HSBC 계좌에 입금했는데 이 돈이 입금된 것만 확인될 뿐 쿠르드자치정부 측으로 들어간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전 의원은 이 돈이 “하우라미 장관에게 준 뇌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라크 고위관료 뿐 아니라 국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과 나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이에 대해 “서명보너스를 적법한 계약에 의해 지급받았으며 정부 사업에 정상적으로 쓰였다”며 “악의적인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런던 HSBC 계좌에 대해서는 “하우라미 장관의 개인 계좌가 아닌 천연자원부의 계좌”라고 설명했다.

또 성명서를 통해 석유공사와 맺은 계약서 원본, 2008년 석유공사로부터 받은 총 2억 3550만달러의 입금 및 사용 내역 등을 첨부했다. 여기엔 석유공사 외에 다른 외국계 기업들로부터 받은 서명보너스 등도 영국 HSBC 계좌를 통해 입금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쿠르드정부는 전 의원에게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한국에서 법적 조치(Legal action)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전 의원 측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HSBC 은행에서 쿠르드자치정부로 간 송금 영수증 하나면 모든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자칫 외교적인 분쟁으로 비화될 경우 석유공사가 쿠르드자치정부 내에서 진행 중인 모든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을 경우 다른 나라에서 진행하거나 진행하게 될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석유공사가 쿠르드 지역 내 하울러 광구(투자금 1억 1935만달러)와 상가우사우스 광구(1억 3066만달러)에서 유전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엔 투자금 외에도 서명보너스,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건설사업비 등 총 8억 3600만달러(한화 약 9453억원)가 투입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경우 쿠르드정부가 석유공사의 유전개발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석유공사가 쿠르드자치정부 내 유전사업에 투자한 1조원 가량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단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가 송금한 영국 HSBC 계좌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명의가 맞다면,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까지 우리나라에서 간섭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로 들어간 흔적이 없다고 해서 뇌물수수에 쓰였다는 주장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 문제로 번질 경우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라며 “쿠르드사업이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빨리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 관련기사 ◀
☞ 석유공사, 쿠웨이트 석유공사와 손잡고 신규사업 발굴 나선다
☞ 석유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변윤성 前 피치홀딩스 대표 취임
☞ 자원개발 책임공방 '제자리걸음'.."어의없다"발언에 국조 파행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