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의사가 음주 뺑소니"...'철밥통' 면허?

  • 등록 2023-01-27 오전 9:59:58

    수정 2023-01-27 오전 9:59:5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직업이 사람을 살리는 ‘의사’인데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40대 의사의 음주 뺑소니에 목숨을 잃은 오토바이 배달원의 지인이 온라인에 남긴 글이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한 의사 A(42)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일 오전 0시 20분께 인천시 서구 원당동 한 교차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차선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오토바이 배달원 B(36)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B씨는 사고 충격으로 30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고 오토바이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가며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A씨는 500m가량 달아난 뒤 부서진 자신의 차량을 버리고 그대로 도주했다.

B씨는 헬멧을 착용했으나 머리를 크게 다쳤고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1년가량 전부터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했으며, 사고 당시 햄버거를 배달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 캡처
사고 2시간 만에 붙잡힌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9%로, 면허정지 수치였다. 인천 모 의원 의사인 A씨는 병원 직원들과 회식하고 귀가하던 길에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친 줄 몰랐고 물체 같은 것을 친 줄 알았다”며 “당시 졸았다”고 진술했다.

B씨의 지인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 온라인상에 A씨와 같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고인은) 평소 신호 위반을 하지 않고 사건 당일 새벽에도 신호를 지키고 있었다”며 “성실한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가족들은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며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그 순간부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가 분명하다”면서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40대 의사 A씨가 지난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누리꾼들은 음주운전 가중처벌은 물론 A씨의 의사 자격을 비판했다.

현행 의료법에 담긴 의사 면허 취소 사유는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면허 대여 △허위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등 특정 경우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 살인,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

3년 전 면허 취소 사유를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형벌을 집행한 뒤 면허까지 취소하는 건 ‘이중규제’라는 의료계의 반발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지난 2021년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문직은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면허가 취소된 다음엔 어느 정도의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변호사·회계사 등 다른 직종도 통상적으로 규제하고 있어 의료인만 과도하게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의료법에서의 면허 취소도 실제로는 면허 정지에 가깝다.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년이며, 이후 다시 면허를 교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면허가 취소되면 다시 시험을 치르는 운전면허보다 느슨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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