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이종섭 전 국방장관 오늘 호주 출국

법무부 출국금지 해제 결정 이틀 만
공수처 조사·추후 수사 협조 등 고려
부임 일정 함구…대통령 신임장도 못받아
野 “尹, 법치 무너뜨려…핵심 피의자 해외로 도피”
  • 등록 2024-03-10 오후 4:01:51

    수정 2024-03-10 오후 7:18:25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중심에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10일 호주 대사 임명 6일 만에 출국할 예정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재직 시절인 지난 9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 전 장관은 이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한다. 법무부로부터 지난 8일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지 이틀 만에 호주로 떠나게 된 것이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을 압수수색 하기 전 이 전 장관을 핵심 인물로 보고 출국을 금지했다.

이에 주호주 대사 임명이 이 전 장관의 수사 회피를 위한 도피성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공수처는 대사 지명 사흘 만인 지난 7일, 이 전 장관을 불러 4시간 동안 약식 조사했고, 법무부는 다음날 출국금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전 장관의 출국 금지를 풀었다.

법무부는 지난 8일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한 결과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여러 차례 연장돼 온 점,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이 지난 7일 공수처에 출석해 4시간가량 조사를 받으면서 추후 수사에도 협조하겠다고 밝혔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당국은 이 대사 내정자의 현지 부임 일정을 함구했다

출국금지가 해제된 만큼 부임일을 지정하고 이에 맞춰 구체적인 출국 일정을 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부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공관장에 대해 부임 일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내정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 신분으로, 공적 임무를 갖고 출국한다는 점에서 그의 부임 일정을 비밀에 부쳐야 할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등 주변 4강 국가에 부임하는 한국 대사들의 경우 주재국 입국 직후 언론과 만나 부임 소감 등을 밝히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이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신임장 원본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파견되는 대사는 자국 국가원수로부터 신임장 원본을 받아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제정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사 부임 전에 반드시 신임장을 받고 나가지는 않는다”며 “여러 나라 대사에 대해 한꺼번에 신임장 수여식을 할 때 한국에 다시 들어와서 받고 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한편 야당은 이 전 장관의 출금금지가 해제된 데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9일 서면 브리핑에서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빼돌리려는 윤 대통령의 뻔뻔함이 놀랍다”며 “대통령이 외치던 법치를 스스로 무너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병대원 수사 외압 의혹이 대통령에게 번지지 않도록 막으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안위를 위해서는 사법 질서쯤은 망가져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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