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박경철① "나의 관심사는 시장의 건강"

"글쓰기는 자아실현의 수단..가치있는 사람 되고파"
주중엔 서울서, 주말엔 안동서..다양한 집필활동
  • 등록 2008-08-19 오전 11:41:02

    수정 2008-08-19 오후 2:01:24

[이데일리 이의철 논설위원] 시골의사 박경철. 공식 직함은 안동 신세계병원장. 의사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 그는 ‘시골의사’로 통한다. 안동이 시골이라서가 아니다. 그의 필명이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등이 그가 펴낸 책이름이다. 베스트셀러가 됐다.

박경철 원장은 시장의 주류에 반(反)하는 소신있는 발언으로도, 개미투자자들을 꾸짖는 용감함(?)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그는 의사보다는 시장분석가나 책의 저자로서 더 명성을 얻었다. 최근엔 케이블방송 진행자에 이어 중앙일간지의 객원 인터뷰어로 나서기까지 했다. 지난 총선때는 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기자협회보엔 언론비평의 성격을 담은 칼럼도 쓰고 있다.

박경철 원장은 `가끔` 시장 전망도 한다. 또 그것이 운좋게 맞아 떨어지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8월께엔 잘 나가던 중국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전망은 정확했다.

그러나 그의 가치는 족집게 같은 시장 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그 스스로 “시장전망이 맞을 확률은 50% 밖에 안된다”고 말한다. 박 원장의 관심사는 시장 참여자로서 일관된 가치를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다. 그 일관된 가치란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발한 강연과 칼럼쓰기에도 불구하고 박 원장 자신은 사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 이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시장참여자건, 아니건 그에 대해서 좀 더 속속들이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의 글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이들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그렇다.

박 원장 스스로도 이같은 인터뷰 의도에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이번 인터뷰의 목적은 박 원장으로부터 시장에 대한 견해를 듣는 데에 있지 않다. 기자가 궁금한 것은 박경철 원장의 ‘정체’였다. ‘정체’라는 단어가 거슬린다면 ‘정체성’으로 하자. 그는 시장분석가인가, 칼럼니스트인가? 방송인인가 기자인가? 성공한 개인투자자인가, 아니면 진료행위에 소홀한 의사인가. 결국 재테크에 성공한 의사일 뿐인가? 아니면 관심사가 다양한 개인투자자인가? 이 모든 것인가, 아니면 그 어느 것도 아닌가?

따라서 이 인터뷰는 박경철의 인간적인 매력과 또 그 이면을 해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박경철이란 인물이 얼마나 정확히 시장을 전망했는지 보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한번 짚어보길 바란다. 아울러 인터뷰를 다 읽고도 그걸 잘 모르겠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기자에게 있다.
 

-칼럼쓰기에 책쓰기, 방송 진행에 이어 이제는 기자까지 하고 있다. 본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의사다. 안동에 있는 신세계병원 원장이 공식 직함이다. 젊은 시절 배웠던 학문이 의학이고, 그런 점에서 의사임을 부인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다만 스스로 의사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주일이 무척 바쁠 것 같다
“안동에서는 주말과 월요일까지만 근무하고 주중엔 서울에서 지낸다. 서울에 있을 때 칼럼쓰고 방송 출연 하고 인터뷰도 하러 다니고 그런다. 강의는 한달에 40회 정도 나가는 데 대상은 중고생부터 시작해서 대학생 일반인 공무원 등 다양하다. 에세이집을 낸 것이 중고생 필독도서로 선정됐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중고생 대상 강연회를 나가게 됐다. 시장 전망이나 종목을 찍어주는 그런 강의는 일절 하지 않는다. 칼럼도 많을 땐 한달에 30회도 썼는데 지금은 많이 줄여서 약 20회 정도 쓴다”

@박경철 원장은 ‘시골의사’라는 필명을 신문사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처음 쓰게 됐다고 한다. 10여년 전 모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주식쟁이나 주식꾼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어 필명을 썼다는 게 박원장의 설명이다.(편집자주)

-그렇게 자리를 비워도 병원이 돌아가나? 의사 일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닌가.
“맞벌이고(박경철 원장의 부인도 의사다), 내가 병원장이지만 다른 의사들도 있다. 주말에 내려가선 중요한 수술만 한다. 대장외과가 전공분야인데 요즘은 환자들이 큰 병원에서만 수술을 하려고 해, 치질이나 탈장 같은 간단한 수술도 종종 한다”

-돈은 좀 버는가? 먹고 살만한 수준인가?
“먹고 살 만한 수준은 이미 훨씬 넘었지.(웃음) 병원도 운영하고 아내도 돈을 버는데, 책에서 나오는 인세도 있고....강연이나 칼럼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큰 돈 번다. 강의료를 안 챙겨서 그렇지, 일일이 제 값 받고 강의하면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일 것이다. 중고생들 대상으로 강의할 땐 강의료 받아서 떡이나 빵 사서 돌리고, 어떤 곳에 가선 무료로도 한다. 오늘 아침에 모처에서 2시간 강의를 했더니, 내부 회계상 꼭 강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10만원을 주시길래 감사하게 받아 나왔다”

-그럼 돈도 안되는 일을 오로지 좋아서만 한다는 얘긴데.
“나의 관심사는 자본시장의 건강함이다. 시장은 원래 비뚤어져 있기도 하고 왜곡도 심한데 나의 글이나 강연으로 시장의 그런 부분들이 조금이라도 고쳐질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있는 일이 있을까. 누구나 특정분야에서 의미있고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가 의사로서 그렇게 인정받는다면 참 좋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병원에서도 ‘박경철이 없으면 큰 일난다’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도 없고... 의사로서의 존재는 그저 여러 사람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의사로서 만족스럽게 자아를 실현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종합병원에 있을 때나, 개업을 했을 때나 매번 회의적이었다”
 
<2편 3편으로 이어집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웃으며 시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