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톺아보기]철강업 구조조정, 잘 될 수 있을까요

정부 “후판·강관·철근 설비축소 필요”
후판, 공급과잉 맞지만 메이저3사 누가먼저 줄이려 할까
철근, 지금 당장 이익나는데 단일품목 오너기업이 과연
강관, 북미특수 누린 중소업체들 문제…원샷법 활용 가능성
  • 등록 2016-10-01 오후 12:18:00

    수정 2016-10-01 오후 12:18:00

용광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모습. 포스코 제공.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올 한 해 구조조정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정부는 지난 3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철강·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우선 개념 정리가 필요한데요. 현재 구조조정 중인 조선·해운의 경우 정부와 채권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조정. 이른바 사후 구조조정 성격입니다. 사건이 터진 뒤에 진행하는 것이고 나랏돈도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제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철강업종과 석유화학 업종은 지금은 버틸 만하지만 이대로 두면 위험해진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이고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일단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발표의 제목도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고 경쟁력 강화방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율적 구조조정이라 해도 근거가 필요하니까 외국계컨설팅기관에 조사를 의뢰했고요. 석유화학은 베인앤컴퍼니, 철강은 보스톤컨설팅그룹에 각각 의뢰한 결과 주요품목에서 공급과잉이 심각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부분의 군살을 빼야하는지를 얘기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주로 철강업체 구조조정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철강 제품은 여러 분야에 쓰입니다. 건물을 짓거나 배·자동차·가전기기를 만들 때도 필요하고 심지어 피아노 줄도 ‘선재’라고 하는 철강제품으로 만듭니다. 철강은 원재료산업이다보니 전방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동시에 철강은 초기 설비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입니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중요한데요. 전방산업은 위축되어 수요가 줄었는데 철강을 만들어내는 생산능력은 예전 그대로라면 공급과잉이 되는 것이죠. 정부가 발표한 구조조정 대상 철강품목은 후판·강관·철근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분야별로 하나씩 구조조정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자료: NICE신용평가


후판, 누가 자발적으로 공장을 닫을 수 있을까

후판은 철강제품 중 가장 첫 번째로 거론되는 구조조정 분야인데요. 후판은 주로 조선사가 배 만들거나 해양플랜트 건설할 때 들어가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입니다.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이 만듭니다. 후판을 많이 쓰는 전방산업인 조선업과 해양플랜트가 침체 상황입니다. 후판이 쓰일 곳은 많지 않은데 이미 투자해놓고 가동해야하는 공장은 그대로 있으니 공급과잉 상황인 것은 누가봐도 분명합니다. 특히 후판은 2000년대 중후반에는 지금과 달리 대표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공급부족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2007년부터 2013년 사이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3개사는 집중적으로 후판 설비투자를 늘렸습니다. 2007년 3사합산 생산능력이 628만 톤이었는데 2014년 약 1500만 톤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났는데요. 반대로 설비를 늘린 기간에 전방산업인 조선과 해양플랜트는 계속 하강곡선을 그려왔습니다.

그래서 후판 만드는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낮아지면서 특히 직격탄을 맞았던 곳이 동국제강입니다. 동국제강은 급기야 작년에 포항의 후판공장 한 곳을 정리했습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다른 사업 분야와 달리 후판부분 이익은 손익분기점 수준입니다. 현재도 이익 기여도가 낮은 상황이고 조선·해양플랜트 경기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다고 본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익은 못내고 공장 유지에 필요한 고정비는 계속 부담해야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후판설비 감축·매각 등을 통해 업계 스스로 감축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주문했지만, 과연 자율적으로 될 지는 의문입니다. 후판 업체별 생산량을 보면 포스코 779만 톤, 현대제철 350만 톤, 동국제강 150만 톤 정도인데요. 공장은 각각 포스코 4개, 현대제철 2개, 동국제강 1개씩 있습니다. 공장 하나 단위로 따져보면 각 150만~200만 톤 정도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후판설비를 감축한다는 것은 10만 톤이나 20만 톤 등 적당히 줄이는 개념이 아니고 공장 하나를 멈춰 세우면 한꺼번에 150만~200만 톤 단위로 줄이는 것이니까 이것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흔한 표현으로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만약 동국제강에게 후판공장을 감축 또는 매각하라고 한다면, 이미 줄이고 하나 남은 후판 공장을 없애라는 의미, 즉 아예 후판사업 접으라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우리가 그나마 사정이 좋으니까 공장하나 폐쇄하겠다’고 손을 들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자료: NICE신용평가


강관, 북미 특수 지난 자리에 남은 빚

정부는 강관 분야도 경쟁열위의 중소사업자들이 난립해 있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강관이라는 것은 속이 비어있는 파이프입니다. 강관은 건설 쪽에 많이 쓰이지만 최근에는 북미지역에서 에너지개발 관련 수요가 많았습니다. 쉐일가스를 시추하거나 송유관 작업을 할때 국내업체가 수출을 많이 했습니다. 이른바 쉐일가스 특수를 누린 것인데요. 지금은 유가하락으로 에너지개발이 다소 불투명해졌고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자국으로 들어오는 강관 수입물량이 많으니까 반덤핑관세 같은 수입규제도 강화된 상황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강관 제품과 관련된 곳은 메이저로는 세아제강과 현대제철이 있지만 관건은 이들의 생산량 점유율은 각각 15%. 7% 수준입니다. 나머지 중소업체들이 매우 많다는 얘기입니다. 휴스틸(005010), 스틸플라워(087220), 금강공업(014280), 넥스틸, 아주베스틸, 일진제강 등이 있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전체 업체 수는 100개가 넘는 분야가 바로 강관입니다. 이들 중견·중소업체들은 여러 가지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강관 위주로 단일품목을 만드는 곳이고, 매출지역도 정해져있습니다.

세아제강이나 현대제철은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해 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도 다른 분야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단일품목을 만드는 곳은 북미지역 에너지개발 관련 특수를 노리고 설비 투자했다가 현재 상황이 난처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비투자란 것은 자기돈 들여서 하는 게 아니고 자금을 빌려와서 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현재 원금은 둘째 치고 이자 갚을 능력이 있느냐를 따지게 되는 수순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업체별로 세부 상황 차이는 있겠지만 강관 분야는 많은 업체들이 있고 업황변동 대응력이 취약한 상황입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원샷법등을 활용해 다양한 방법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료: NICE신용평가


철근 하나로 먹고사는데 과연

정부는 철근 분야도 수입산 대비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판단, 중장기적으로 설비 조정을 검토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철근은 건설 쪽에 많이 쓰이는 원자재입니다. 해당업체는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한국철강(104700), 대한제강(084010) 환영철강 등이 대표적입니다. 철근분야는 지금은 괜찮습니다. 주택건설경기가 비교적 좋기 때문인데요, 향후 건설경기가 안 좋아질 경우와 수입 철근이 많이 들어올 경우 이 두 가지가 리스크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철근을 많이 만들기 때문에 남는 물량을 해외에 수출하는 방법으로 공급과잉에 대처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철근 분야도 후판분야 처럼 자발적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철근은 일단 현재는 수익성이 좋고, 철근 만드는 중견·중소업체들 중에는 철근만 단일품목을 취급하는 동시에 회사 주인이 개인 오너인 곳이 많습니다. 다른 사업기반이 있다면 하나를 내주고 다른 하나를 받는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겠지만 철근 하나로 먹고살고, 지금은 그나마 경기가 괜찮은데 자발적 구조조정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강관분야와 달리 개별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도 당장 나빠질 상황이 아니라면 정부나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압박할 수 있는 수단도 많지 않아 보입니다.

금수저 현대제철의 배짱

지금 얘기한 후판·강관·철근 등 세 분야에는 모두 하나의 업체가 공통적으로 포함됩니다. 바로 현대제철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제철이야말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현대제철은 현재 구조조정 계획보다는 되려 설비투자를 더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대제철 뿐 아니라 포스코와 세아창원특수강도 최근 2~3년 사이에 신설 또는 증설 투자를 해왔습니다. 정부는 구조조정 하라는데 큰 업체들은 더 몸집 키우는 상황입니다.

다만 현대제철은 특수한 상황입니다. 철강업체인 동시에 현대차(005380) 부품회사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철강업계의 ‘금수저’인 셈입니다. 현대제철은 최근 100만 톤(선재 40만 톤, 봉강 60만 톤) 규모의 특수강 설비투자를 단행했는데요. 자동차 만들 때 필요한 철강제품입니다.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안정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가 있으니까 정부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후판 같은 분야도 줄이지 않고 일단 지켜보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제철이 설비투자를 마치고 가동하는 특수강분야에는 이미 포스코와 세아특수강(019440)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내년부터 현대제철이 본격 제품을 만들어내면 반대로 포스와 세아특수강 매출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포스코는 품목이 다양화되어있지만 세아특수강은 이 분야가 주력이어서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강제할 순 없지만 또한번 사회적부담 우려

초반에 말씀드렸던 조선·해운은 사실상 강제 구조조정이지만, 오늘 분석해본 철강은 자율적 구조조정 성격입니다. 말 그대로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요. 업계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멀쩡하게 있는 설비를 줄이면 결국 중국철강업체들만 좋아질 일이다는 반박도 나오고, 또 설비를 줄이는 것은 결국 공장에서 일하는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구조조정 해야하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해관계도 첨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철강 구조조정의 방향은 사실 정부 발표도 뚜렷한 수치적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합니다. 그나마 좋은 시기에 선제적으로 위험을 대비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과거 숱한 기업의 흥망성쇠가 보여준 교훈이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누구하나 선뜻 자발적으로 나서길 꺼려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놔두면 나중에 조선·해운처럼 돌이키기 어려운 사회적 부담으로 남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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