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00달러" 협박…푸틴 야욕에 세계 경제 '시계제로'(종합)

WTI, 119.4달러 마감…장중 130.5달러
누구도 예상 못한 레벨…"전망 불가능"
경기 침체 압력 고조…스태그 도래하나
  • 등록 2022-03-08 오전 9:45:47

    수정 2022-03-08 오전 9:45:47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우크라이나 사태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유가가 ‘역대급’ 폭등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검토하며 ‘러시아 없는 세계’를 압박하고 있고, 이에 러시아는 유럽 최대 산유국 지위를 이용해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구 소련 재건’ 야욕을 감안하면 강대강 대치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급격하게 커지는 기류다. 이는 곧 금융시장 혼란이 커지고 서민들의 일상은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AFP 제공)


“3차 오일쇼크 이미 왔다”

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3.2% 상승한 배럴당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13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배럴당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139.13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당초 월가의 예상 범위를 한참 벗어나는 것이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기 어려워졌다”며 “유가 전망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국제정세는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초고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단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관련 법안을 이르면 8일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금·무역 관련 상·하원 핵심 인사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유럽은 러시아가 원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 만큼 제재를 꺼리고 있지만, 미국이 강하게 설득하면 마냥 모른 척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날 CNN과 인터뷰에서 “유럽 동맹국들과 원유 수입 금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는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산 원유 금지는 국제금융시장에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배럴당 300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루 공급량이 700만배럴에 달하는 러시아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지면 ‘모두 죽는다’는 사실상 협박성 언급이다.

그는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를 빠르게 대체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유럽이 연간 사용하는 약 5억t의 원유 가운데 약 30%인 1억5000만t을 러시아가 공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난방비 등이 치솟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의 자신감이 마냥 허황된 건 아니다. 모하메드 사누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이날 한 포럼에서 “전 세계는 (하루 700만배럴에 달하는) 러시아를 대체할 충분한 원유 생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원유 외에 천연가스, 구리, 니켈, 알루미늄등의 주요 공급처다. 주요 곡물인 밀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량은 전 세계의 29%에 이른다. 유럽 각국이 대러 에너지 제재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1973~1974년 1차 오일쇼크와 1979~1980년 2차 오일쇼크에 이은 3차 오일쇼크가 이미 왔다는 전망이 많아졌다.

스태그 공포 이미 현실로

문제는 유가 폭등은 세계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에 가장 중요한 게 원유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역대급 치솟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전역의 보통 휘발유 평균가는 갤런당(1갤런=3.785리터) 4.065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18.13% 급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6.86% 뛰었다. 미국 전역에서 가장 비싼 캘리포니아주 모노카운티의 경우 갤런당 5.922달러로 6달러에 근접했다. 주유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폭등세다. 이에 더해 국제금융시장은 극단적인 위험 회피로 자산 가격 조정이 급격하게 발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얀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은 원유를 비롯한 각종 상품 공급 충격과 씨름하고 있다”며 “단순히 인플레이션 충격이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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