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죽는구나” 생각한 순간… 무 뽑듯 구조하고 사라진 은인

  • 등록 2022-11-03 오전 9:49:18

    수정 2022-11-03 오전 9:49:18

이태원 참사로 부상한 제보자 A씨 다리 사진. A씨는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수십 명을 살리고 홀연히 사라진 의인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제보자는 대규모 인파에 끼여 “이대로 죽는구나”하고 자포자기하는 순간에 한 흑인 남성이 자신을 무 뽑듯이 뽑아 구했다고 전했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20대 A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 오후 6시께 친구들 5명과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는 이태원을 돌아다니다 사고가 벌어진 시각 해밀톤호텔 옆 계단으로 진입했다고 한다.

이때 A씨는 길 위쪽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아래서 밀고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오도 가도 못하다 왼쪽으로 넘어졌다. 이후 4명의 다른 남성들에게 깔린 그는 15분가량 꼼짝도 못 하고 “이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모습. 골목 오른편이 해밀톤 호텔 건물이다. (사진=연합뉴스)
빠져나가는 걸 포기할 즈음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 자신의 팔과 겨드랑이를 잡았다. 남성은 밭에서 무를 뽑듯이 인파 속에서 A씨를 꺼냈다. 키 182㎝, 몸무게 96㎏인 그를 들어 올린 흑인 남성은 A씨를 골목 옆 일본 술집으로 데려다 놓고 다른 동료 외국인 2명과 함께 압사 현장으로 가 사람들을 구조했다.

A씨의 친구들은 다행히 사고 당시 다른 길로 우회해 화를 면했다. A씨는 “이들 외국인 3명은 술집이나 클럽 직원이 아닌 듯했는데 무려 30명가량을 구조했으며 119구급대원이 출동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목숨의 은인을 찾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이날의 사고로 왼쪽 무릎과 발목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그는 “이들 외국인을 찾기 위해 사고 이후 유튜브와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다 뒤졌지만 허사였다”라며 “그들을 만나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1일 서울 용산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에 사고 현장의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인파에 깔린 충격으로 잠시 기억을 잃어버렸었다는 A씨는 정신을 차리고 인명 구조에 동참했다고 한다. 당시 한 술집에서는 문을 열고 다친 사람들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물을 주며 구조에 동참했다. 또 근처 한 클럽에서는 산소통을 가져다 쓰러진 사람들을 도왔다고도 말했다.

사고 당시 인파는 파도치듯이 앞뒤로 출렁이다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어졌으며 키가 작은 어떤 이는 넘어지지도 않은 채 사람들 사이에 끼여 질식 상태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A씨와 그를 구조한 외국인들이 압사 직전 대비시킨 일부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내가 말하는 외국인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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