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봉의 중국 비즈니스 도전기] 8회 : 무조건 회장만 찾은 왕서방

  • 등록 2017-02-26 오후 1:10:32

    수정 2017-02-26 오후 7:01:32

중국에선 “안 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는 말을 자주 듣고 중국 다닌지 1년여가 지나자 나 스스로도 자주 하게 됐다. ‘볼펜 1자루씩만 팔아도 13억 자루’만큼이나 자주 오가는 말이다. 당장 떼돈을 벌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닥쳐보면 참 힘들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러 관청에 가서 담당 공무원 만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오후에는 아예 불가능하다.

구화산에서 김교각 스님을 만난 후 귀국했다. 구화산 사업은 가슴속 깊이 깊이 숨겨 놓았다. 친구, 선후배 등 만나는 사람들은 “중국 잘 다녀 왔느냐? 중국 어때?”라며 묻는다. 1993년 당시 중국 붐이 거셌다. 나는 어느새 중국 전문가 인양 큰 소리 치곤했다. 한마디로 그새 ‘중국 전도사’가 된 것이다.

2개월여 만에 효과가 나타났다. 제법 규모가 큰 건설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고교, 대학 후배가 중국 진출 의사를 전해왔다. 김교각 스님 관련 사업 외에도 그동안 수집, 분석해 놓은 사업건이 10여개 구상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나는 자금이 없었다. 후배가 제시하는 조건으로 그 회사에 입사, 본사 임원 및 북경지사장 자격으로 북경에 등장했다. 그동안 통역을 했던 조선동포 L씨가 있으니 지사 설립, 직원 모집 등 거칠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북경 한인 사회에 ‘짜장’ 멋지게 등단한 것이다.

1994년 여름 3개월 간 열심히 시장 조사를 한 후 의기양양하게 귀국했다. 후배 회장과의 독대자리에서 북경에서 수집한 10여 가지 사업거리(?)를 소개한 후 우선 두 가지 사업 제안을 했다.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서 중국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사업! 현대그룹 정주영회장님이 북경에 오면 묵는 호텔 1층에 있는 한식당 인수 건을 제안했다. 식당 주인이 돈이 급해 가격도 비교적 저렴했다. 다음은 공사 중인 북경지하철역 사거리 모퉁이 토지에 주상복합빌딩을 건설해 분양하는 사업이었다. 1964년 동경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아시아 세 번째로 2000년 이나 2004년에는 북경에서 올림픽이 개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홍콩, 마카오의 중국인 거부들과 유명 연예인들, 대만 기업인, 일본인들이 아파트나 주상복합빌딩, 고급 저택을 지을 땅을 싹쓸이 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부동산을 매입-사실은 토지 사용권을 사는 것-한 사람들은 2008년 북경올림픽 전후 하늘을 뚫고 치솟은 부동산 가격으로 결국 대박을 터뜨리고 말았다.

후배 회장은 “짧은 기간에 너무 수고 많았다”고 격려한 후 내가 제안한 두 사업을 모두 하자고 내게 힘을 실어줬다. 역시 중국이다.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상쾌한 마음으로 북경에 돌아왔다. 한식당 주인 C씨도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본사에서 인수 가격까지 확정해 놓고는 계약 날짜를 정하지 않고 계속 미뤘다. 한식당 주인은 계속 졸랐다. 본사에선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됐다. 본사가 부산에 있는 금융기간을 인수하느냐고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북경에 있는 나는 사정을 모를 수 밖에. 금융기관 인수같은 건은 정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C씨가 내게 얼굴을 붉히기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계약이 성사되면 한국차 수입 관련 사업을 멋지게 벌이려는데 큰일’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오히려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한식당을 인수키로 했다는 방침을 한식당 주인에게 통지한 후 한달 가량이 지났다.

본사에서 급히 연락이 왔다. 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채근하는 전화가 며칠 없어 이상하다 했더니 한식당 주인 C씨가 한국 본사에 나타나 후배 회장을 만나겠다고 우긴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일도 일이지만 후배 회장에게 북경 지사장인 내 얼굴은 도대체 어찌되는 것인가? 급히 후배 회장에게 직통 전화를 해 “회사에 찾아 왔다고 하니 우선 만나 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1시간 뒤 후배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통화 시간 1분. “그 사람 너무 무례한 사람이다. 식당 인수 가격을 좀더 낮추어 줄테니 급히 계약을 하자고 한다. 더 따질 것 없이 없었던 일로 하자. 주상복합 사업이나 잘 챙겨보라.”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중국 전문가. 전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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