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 철폐, 숫자놀음 말고 ‘공감센터’부터

  • 등록 2014-04-06 오후 4:51:49

    수정 2014-04-06 오후 4:51:49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암 수술’에 나섰다. 대통령 임기 내 등록 규제 1만5000여건 중 20% 이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공룡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규제 총점 관리제 시안을 마련해 공개했다. 기업 활동이나 국민 생활에 미치는 부담 정도에 따라 각 규제의 점수를 매기고 그 총점을 3년 내에 30%까지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반길만한 일이다. 규제의 합리성을 높이는 것은 행정 절차의 투명성 제고와 함께 이론의 여지 없는 관료제의 숙제다.

문제는 규제를 골라내는 방법론이다. 국토부 내 등록 규제 2800여건이 모두 도마 위에 올려졌다고 한다. 규제라면 일단 없애야 할 대상으로 봤다는 얘기다. 가중치도 매겼다. 영향력이 큰 규제일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해 우선적으로 메스를 대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어떤 규제를 영향력이 크다고 볼 것인지는 시민과 합의한 바가 없다. 점수 비중을 순전히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처 안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다. 규제라면 아주 사소한 것까지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행태가 과연 타당하느냐는 것이다. 국토부는 심지어 외국인이 휴전선에 딸린 땅을 취득할 때 지자체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정까지 도마에 올렸다고 한다.

부산스럽게 암덩어리 운운하는 모습을 보는 눈이 곱지 만은 않다.

“규제보다 더 무서운 게 규제를 행사하는 사람입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의 한탄이다. 서민들이 바라는 것은 대통령이 내준 숙제를 점수 비중이 높은 문제부터 풀겠다고 벼르는 모범생 장관과 공무원이 아니다. 이보다 간절한 것은 생계를 옥죄는 사소한 규제에 대한 민원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는 유연성과 진정성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규제에 점수를 매기는 숫자놀음을 관두라. 서민을 만나고 그들의 입에서 불요불급한 규제가 무엇인지 듣는 ‘공감센터’부터 열자. 정말 제거해야 할 관료사회의 암은 민원을 피곤한 일로 치부하며 책상머리에서만 서민 삶을 그리는 관료들의 뻣뻣함과, 그리고 같은 규제라도 민원인의 지위가 높고 낮음에 따라 수위를 달리 적용하는 천박한 관행이다. 한낱 숫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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