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숨은 속살 ‘아나카’

화장하지 않은 전통미 ‘보물창고’
70여개 사찰·목조건물 등 고색창연
근대화 이전 모습 간직한 유일한 곳
쌀과자 센베·대나무 공방으로 유명
  • 등록 2008-10-15 오후 12:29:00

    수정 2008-10-15 오후 12:29:00


 
[경향닷컴 제공] 오다이바가 도쿄의 얼굴이라면 도쿄의 속살은 어떤 느낌일까?

오다이바, 롯폰기(六本木) 같은 최첨단 공간이 도쿄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있지만, 도쿄의 뒷골목에 가면 전혀 다른 맨 얼굴의 도쿄를 발견할 수 있다. 도쿄의 뒷골목엔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도 새것만 추구하지 않고, 과거의 느린 삶을 보존하고 있는 서민들의 공간이 있다. 이런 곳을 시타마치(下町)라고 부른다. ‘낙후됐다’기보다 ‘평화롭다’는 느낌이 드는 시타마치에 일본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몰리고 있다. 이들에게 “왜 오다이바에 안가고 여기 왔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훨씬 더 일본다워서 좋다”고 말한다.

아사쿠사가 대표적인 시타마치로 꼽히지만 상업적으로 잘 다듬어져 오히려 인공의 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최근 일본에서 ‘보물창고’라 불리며 매스컴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시타마치는 도쿄역 북쪽의 야나카(谷中)지역이다.

야나카는 1923년 대지진과 2차 세계대전의 폭격을 면한 지역이다. 70여개의 절과 신사, 납골당 등이 고색창연한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근대화 이전의 도쿄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장소이다. 일본 전통의 목조주택 사이로 좁다란 골목이 이어지는 거리는 옛날 영화를 찍으려고 만든 세트장이 일상 생활로 걸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선 딱히 코스를 정하지 않고 골목골목 산책하듯이 구경하는 것이 좋다.

천천히 걷다보면 야나카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덴노지(天王寺)와 도쿄 3대 묘지 가운데 하나인 야나카 공원묘지도 만난다. 이 지역의 장점은 단순히 옛 도쿄의 풍광을 볼 수 있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창문 바깥으로 빨래가 걸려 있는 서민들의 생활을 직접 눈으로 경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골목 구석구석에는 눈에 띄지 않는 틈마다 작고 예쁘고 소박한 가게들이 보물찾기 하듯 들어 앉아 있다.

이 비밀스러운 골목의 대표 주자는 예쁜 꽃잎이 들어간 쌀과자 ‘센베’를 판매하는 백년 전통의 고토오노아메(後藤の飴·03-3821-0880)와 대를 이어 가는 대나무 전통공예방 타케카이(竹かい)다. 타케카이 공방은 룩셈부르크의 왕가가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일본종이 전문점인 이세타츠(03-3823-1453)나 기모노가게 유메이치도 구경할 만하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온통 고양이 장식품으로 가득한 카페 란뽀(03-3828-9494)와 네코야, 후쿠후쿠네코 등 고양이를 테마로 한 잡화점을 추천한다. 최근 이 지역엔 유난히 고양이를 테마로 한 갤러리와 카페가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 미술에 관심 있다면 20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하여 만든 갤러리, 스카이 더 베스하우스(03-3821-1144)를 방문해 보길 권한다.

야나카 지역을 가는 방법은 두가지다. 지하철 야마노테선, 케이세이라인의 닛포리역 혹은 치요다 라인의 센다기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우에노역에서 지역 버스인 ‘메구린’을 갈아타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메구린 버스는 100엔 원코인 버스로 야나카 지역을 샅샅이 돌아다니는 마을버스다. 마을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매력적인 골목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종일권 300엔).

같은 여행지라도 어디를 둘러보느냐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이 달라진다. 네온사인 화려한 도시나 남들과 똑같은 명소탐방에 싫증이 난 여행자라면, 옛 도쿄의 정취를 느껴보기 위해 조금 발품을 팔아보자. 작고 섬세하면서 전통을 지켜가는 고집, 바로 일본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힘이 아닐까? 오래 되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거리, 도쿄의 골목길에서 또 다른 일본의 모습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투어커플닷컴(www.tourcou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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