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상용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의 성격이 현격히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율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그간 부진했던 컨택트(대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개인들의 소비에서 언택트(비대면)보다는 컨택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나, 실제로 백신 개발은 빠른 속도의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게 할 걸로 전망된다.
10일 미국의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란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그간 백신과 관련된 소식과는 차별화된 것인데, 이번 백신의 경우 6개국에서 43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빠르면 11월 중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곧바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이 가시화될 거란 전망은 금융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백신 소식에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5% 하락한 반면 다우존스 지수는 3.0% 상승했다. 에너지와 금융 기업들의 주가는 치솟았고 반면 넷플릭스 등 언택트 수혜 종목들은 하락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된 이후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은 ‘봉쇄(lockdown)와 부양책(stimulus)의 조합’과 이로 인한 언택트 소비로, 7월까지 나스닥 지수가 다우존스 지수보다 30% 더 상승하는 기염을 토한 주원인”이라며 “반면 90% 이상 효과를 가진 백신 개발로 이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언택트 위주로만 흘러가던 소비 패턴은 재등장할 확률이 낮다”라고 설명했다.
백신 개발 소식은 자율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이에 그간 부진했던 종목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자율적인 경기 회복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된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부 활동이 자유로워지면 언택트가 아닌 컨택트 소비가 되살아나게 될 것인데 미국 개인소비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부문이 서비스로, 컨택트 소비의 비중이 언택트 소비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이끌 힘은 충분할 것“이라며 ”또 3분기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15%로 지난해의 7%에 비해 2배 높은데 이는 부양책이 없어도 소비할 돈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