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열차타고, 백두대간의 속살을 엿보다

중부내륙순환 관광열차, 내달 12일 개통
푸른 산과 맑은 계곡 등 가는 곳 마다 절경이어져
  • 등록 2013-03-26 오전 11:04:07

    수정 2013-03-26 오전 11:04:07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세월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늘 아쉽고 특별합니다. 새털 같은 시간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우리는 언제나 과거의 낭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세월의 뒤안길로 총총히 사라져 버린 오래된 역사(驛舍)도 그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함께한 일터였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림움이었을, 또 누군가에게는 오랜된 일기장처럼 가끔씩 펼쳐보는 추억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이 오랜된 역사들을 등불처럼 밝혀주는 빛을 따라 과거로의 여행이 한걸음 시작됩니다. 코레일은 국내 마지막 오지 구간인 중부내륙권을 손쉽게 여행할 수 있도록 중부내륙순환열차(O-tranin)과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을 개발,운영에 들어갑니다. 멋진 풍광을 지녀 그 자체만으로 여행마니아들의 손꼽히는 방문지로 손꼽히는 그 곳을 굽이굽이 열차를 타고 먼저 만나 보았습니다.

코레일의 중부내륙순환 관광열차


▲설렘…그리고 기대감으로 떠난 기차여행

역에는 많은 감정들이 얽혀 있다. 역에 이르는 목적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갖는 의미 또한 다르다. ‘만남’과 ‘이별’이라는 상황에 서로 다른 감정들이 ‘오고 감’을 반복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기차 여행은 다른 여행보다 더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 진하게 느껴진다. 떠나는 자의 여유와 다가올 미지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안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덜커덩~덜커덩~’ 솜씨좋은 지휘자의 손 끝에 흐르는 음률처럼 기차소리는 정겹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던 탓인가보다. 유명한 작곡가의 자장가처럼 기차가 내는 묘한 박자에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렇게 낮잠을 곤히 자 본 것이 얼마만이었던가. 아마도 기차가 주는 친숙함과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빠듯한 현실이라는 굴레 속에 틀에 짜인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쳇바퀴처럼 그렇게 우리는 살아왔다. 그러는 사이 몸과 마음은 지쳐버렸다. 휘청거리는 몸과 마음을 어딘가에 기대어 위로 받고 싶어질 때면 말 없이 곁을 내어주는 자연의 품속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확 트인 대지와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에 먼지처럼 뽀얗게 앉은 고민과 걱정이 말끔히 씻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단양2경 석문에 올라 바라본 단양1경 도담삼봉의 모습.


▲단양8경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기차가 처음으로 정차한 곳은 단양8경으로 유명한 충청북도 단양이다. 기차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나 자가용으로 4번군도를 따라가다보면 단양8경중에서도 제1경으로 손꼽히는 도담삼봉을 만나볼 수 있다. 남한강의 푸른 물결을 비단삼아 두르고 있는 도담삼봉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고혹적으로 보였다. 도담삼봉은 당당한 풍채가 돋보이는 남편봉을 중심으로 아담한 모양새의 처봉과 첩봉이 양옆을 지키고 있는데 특히 남편봉은 삼도정이라고 불리는 육각정자를 멋들어지게 쓰고 있어 그윽한 운치를 자아낸다. 때로는 어느 시인의 주옥같은 시 구절이 되어주고, 때로는 팔도를 유람하는 묵객들의 그림이 되어주기도 하며, 마음의 여유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쉼표로 남기도 한다.

단양8경 중 2경으로 불리는 석문. 도담삼봉에서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볼 수 있다.
도담삼봉을 뒤로 하고 남한강의 상류쪽으로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전망대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접어드는데 그 길을 따라 30m쯤 숨가쁘게 오르면 무지개를 닮은 석문이 너른 품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자연의 솜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형미가 돋보이는 석문은 울창한 수풀로 한껏 치장하고 멋들어진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 있다.

그 풍경 속에 또 다른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둥그렇게 열린 석문 안에 남한강의 시원한 풍경이 가득차 있는 것이다. 탁 트인 남한강의 풍경도 매력적이지만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왠지 신비스러우면서도 색다르다. 또 마고할미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석이나 자라 모양을 닮은 자라바위 등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진 풍광들도 있어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다.

정선5일장에는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만든 음식물들을 맛 볼 수 있다.


▲정선5일장에서 오감을 깨우다

한적한 시골동네 강원도 정선이 갑자기 왁자지껄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5일장이 열리는 날이다. 몇해 사이 정선5일장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장바구니에는 이곳의 자연은 물론 정선 사람들의 인심까지 듬뿍 담겨져 있다. 정선5일장은 나물 전시장라 불릴만큼 나물이 풍성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이고 유명한 것이 바로 곤드레나물. 강원도 지방의 전통음식으로 곤드레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갖은 양념에 무쳐 먹는 나물로 부드럽고 향이 독특한 것이 특징인다. 잘 말린 곤드레나물이 점포마다 수북히 쌓여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외에도 고랭지에서 자란 배추와 더덕은 물론 산에서 자생하는 황기나 당기 등 수많은 산나물들이 팔려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장날이니만큼 입맛 당기는 먹거리들도 가득하다. 곤드레, 곰취, 취나물, 산마늘, 두릅절임 등을 하나하나 시식하다 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신토불이 밥상을 차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그 마음을 알았을까. 장터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면 정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식당가들이 나타난다. 콧등치기국수, 감자옹심이, 메밀전병, 감자떡 등 정선 특산물을 이용해 만든 음식들이 강원도의 자연과 문화를 담고 있다. 이곳 정선5일장의 유명세는 서울에도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장이 서면 열차가 달린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정선5일장 특별열차는 점심무렵 장에 도착한다. 물론 새롭게 선보일 중부내륙순환 관광열차 또한 시기를 잘 맞추면 정선5일장을 구경할 수 있다.

협곡열차는 분천역에서 양원, 승부를 거쳐 철암역으로 이어지는 협곡구간(27.7㎞)을 하루에 3번 왕복한다


▲추억을 안고 달리는 협곡열차

순환열차에 몸을 싣고 단양역을 출발해 1시간 반여를 가면 분천역에 도착한다. 백두대간의 오지 노선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달리는 협곡열차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협곡열차는 탁월한 조망에 특화돼 있는 열차다. KTX처럼 날렵한 몸매를 갖고 있지 않으나 협곡열차의 외관은 고풍스럽게 디자인됐다. 기관차 부분과 열차 외부는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 디자인을 택해 호랑이를 연상케 한다. 협곡열차의 가장 이색적인 부분은 객실의 천장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유리로 처리해 백두대간 협곡의 절경을 넓은 시야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후면부 전망칸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개방적인 시야를 제공해 준다. 또 다른 매력은 ‘복고’다. 좌석은 옛 비둘기호를 연상시키고 승강문도 접이식으로 되어 있어 옛 느낌을 잘 살렸다. 또 객차를 친환경 목탄난로와 선풍기, 백열전구 등으로 꾸며 열차여행을 하며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열차는 백두대간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하염없이 달려나간다. 좌석에 몸을 묻고 주변 풍경을 즐기고 한창을 즐기다보면 어느듯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된 역에 이따금 정차하기도 한다. 그중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고 불리는 승부역은 협곡열차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좁은 협곡 안에 갇혀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이즈음에는 오전 9시경에 해가 들어 오후 3시즘 질 정도라고 하니 말 그대로 ‘협곡’이다.

또 트레킹 코스를 따라 본격적인 도보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코레일과 지자체는 중부내륙관광열차 운행에 맞춰 간이역과 간이역, 그리고 주변 관광지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명품 트레킹코스를 개발했다. 분천역에서 승부역을 잇는 ‘협곡 트레킹’ 코스와 승부역에서 양원역을 잇는 ‘낙동강 비경길’ 등이 대표적인 코스이니 트레킹화를 챙겨가는 것은 필수다.

백두대간 협곡을 감상하고 있는 승객. 협곡열차는 모든 공간을 유리로 처리해 넓은 시야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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