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KT합병)⑦`지배력 전이가 뭐길래`

KT 유선시장 독점력, 유무선시장 전체확산 논란
경쟁사 "역무간 비용·수익 전이 차단장치 필요"
  • 등록 2009-02-18 오전 10:35:00

    수정 2009-02-18 오전 10:35:0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 자회사인 SK텔레텍 휴대전화 수요를 증가시켜 시장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2000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휴대전화 수요독점으로 옮겨가 경쟁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SK텔레콤이 SK텔레텍 휴대전화에 첨단기능을 우선적으로 부착·공급하도록 해, 신형 휴대전화를 선호하는 고객이 SK텔레콤이나 신세기통신으로 몰리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SK텔레텍이 SK텔레콤으로 공급할 수 있는 휴대전화 물량은 연간 120만대로 제한했다. 결국 한계를 느낀 SK텔레콤은 SK텔레텍을 팬택에 매각했다.

KT-KTF 합병에서도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가 이슈가 됐다.

KT(030200)가 유선전화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어, 지배력이 이동전화 시장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경쟁우위에 있는 유선전화를 토대로 결합상품을 출시하면 후발업체들은 경쟁대응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T는 열등재인 유선전화에서 우등재인 이동전화로 지배력이 전이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가계통신비 중 무선전화와 유선전화의 비중이 66.4%대 13.3%(2007년 기준)이 됐다는 것. KT는 오히려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으로 전이될 것을 우려했다.

◇KT의 비밀병기 `유무선간 통화요금`..지배력강화

KT는 시장내 독점적 지위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점유율이 아닌 독점적 이윤 이라고 말한다. 이미 SK텔레콤이 KT-KTF를 합친 것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름 근거가 있지만, 문제는 공정위의 독점력 판단기준에서 가장 중요하게 반영되는 것이 `시장점유율` 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신시장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이 자유롭지 못해 시장점유율에 따른 독점력은 더 커진다.

KT는 또 유무선 통합시장에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기업군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향후 결합시장에서도 SK측 영향력이 KT 보다 클 것으로 봤다. 현재 소비자 영향력이 가장 큰 결합상품은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이라는 견해다.

반면 반(反) KT 진영에서는 KT-KTF 합병후 `유·무선간 무제한 통화요금제` 등장 가능성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무시하지 못할 KT의 유선전화 시장 독점력이 유무선간 통화요금에 영향을 미쳐, 후발사업자와 경쟁관계를 무색하게 할 것이란 주장이다.

예를들어, 유선사업자 KT와 무선사업자 KTF가 합병하면 망내통화 비율이 높은 ML통화(무선→유선)에 대한 무제한 통화요금제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유·무선 사업이 한 회사에 있기 때문에 접속료 부담이 낮다. 기본료에 통화요금 39원이면 시간에 관계없이 무제한으로 통화가 가능한 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는 락인(lock-in) 효과가 크다.

경쟁사들은 KT 가입자로 착신되는 ML통화 비율이 매우 높다. 통화시간에 비례해 접속료를 지급할 경우, 통화당 정액요금으로 무제한 통화를 제공하는 KT와 경쟁하기 버겁다는 주장이다. 필수설비로부터 발생하는 지배력이 이동통신시장으로까지 전이될 수 있는 사례라는 것.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KT의 시내·외 전화는 각각 90%·86%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KTF와 합병시 독점적 지위는 더욱 공고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력한 결합상품으로 독점 강화되나`

과거 통신서비스는 역무간 칸막이가 분명해 지배력 전이 강도가 미미했다. 하지만 최근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지배력 전이의 강도와 범위가 커졌다.

KT와 통신 분야 경쟁 업체뿐만 아니라 케이블TV방송 업체들까지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KT와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들은 이번 합병으로 공정경쟁이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대표적인 우려가 결합상품에 따른 지배력 전이다.

결합상품은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요금을 할인해 소비자 혜택이 있다. 반대로 독점 사업자의 재배력 전이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쉽다. 때문에 정부는 SK텔레콤 이동통신과 함께 KT 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에 대한 결합상품 출시때 요금의 적정성을 심사하고 동등제공 의무를 부여한다.

하지만 KT-KTF 합병시 비용 및 요금할인을 KT가 임의 조정할 수 있어 손쉽게 규제를 회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역무별 요금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정액형 상품을 통해 규제기관이나 고객으로 하여금 상품 구성내역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

예를 들어 동등제공의무가 없는 PCS는 요금을 대폭 할인하고, 동등제공의무가 있는 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은 요금할인을 적게하는 차등 할인상품 출시다. 이렇게 되면 이동통신 서비스 비용을 유선통신 비용으로 이전해 보다 공격적으로 요금을 할인한 결합상품 출시가 가능하다. 비용·수익의 역무간 상호보조를 통해 유선시장의 지배력을 유무선 시장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는 사례다.
▲ 차등 할인율을 적용한 결합상품 사례


특히 케이블TV 업계에서는 합병KT의 경우 IPTV에서 발생한 손실을 이동통신·시내전화 등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보전하는 상품간 내부보조를 우려하고 있다. KT가 IPTV에서 저가경쟁에 나설 경우 수익모델이 한정된 케이블TV 사업자로선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원가경쟁이 제한된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합병 이전 제휴를 통한 결합상품과 합병 이후 단일 회사에서 제공하는 결합상품은 지배력 전이 가능성과 그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합병 KT의 결합상품은 역무별 비용 및 할인수준을 파악하기 힘들어, 현행 규제를 쉽게 회피해 경쟁자를 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는 결합상품 선호도와 지배력 전이 가능성은 SK텔레콤 기업결합군이 훨씬 높다는 주장이다. 결합상품을 출시할때 가장 우선시 되는 서비스는 유선전화가 아니라 이동통신으로, 오히려 SK텔레콤 이동통신 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으로 전이될 것이란 설명이다. KT는 또 기존 유무선 분리 구도로는 본질적인 융합상품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KT-KTF 합병의 지배력 전이 논란은 `KT가 결합상품을 활용해 유선시장 지배력을 전 사업부문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지` 판단과 `그럴 경우 지배력 전이 방지 규제가 있어야 하는지`로 모아진다. 경쟁사들은 역무(유선, 무선 등)간 비용과 수익이 전이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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