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년만에 경마장 절반 채운 관객들…온라인마권엔 찬반양론

위드 코로나로 5일부터 입장 재개…예년 매출엔 못 미쳐
1만~2만원으로도 즐길 수 있어…앱 등 디지털 여건 준비
온라인경마 마사회·농식품부 이견, 관중들도 의견 나뉘어
  • 등록 2021-11-21 오후 3:19:35

    수정 2021-11-21 오후 3:19:35

[과천(경기도)=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토요일 경마 대회가 열린 경기도 과천의 렛츠런파크 서울. 경주가 시작하자 출발선에서 경주마들이 힘차게 땅을 구르며 박차고 나왔다. 코너를 돈 경주마들이 관중석 앞 직선 주로를 지나니 본인들이 점찍은 말들을 응원하는 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지난 14일 과천에 위치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마가 열리고 있다. 가운데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은 가로 길이만 127m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사진=이명철 기자)


현장에 함께 있던 한국마사회 직원은 “경주마 한 마리가 압도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보다는 0.01초까지 다투는 박진감 넘치는 경주가 많아야 더 인기를 끈다. 그게 바로 스포츠의 묘미”라며 웃는다. 1년여간 텅 비었던 경마장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오징어게임` 속 음침한 경마장? “옛날이야기”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하면서 경마장은 이달 5일부터 전국 사업장에서 고객 입장(좌석 50%)을 시작했다. 마사회에 고객이 다시 들어온 것은 지난해 11월 22일 이후 1년여만이다.

지난 13일 찾은 렛츠런파크는 경마를 즐기러 온 관객들로 주차장이 만석이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혼자 경마장을 찾은 중장년 남성들은 물론 가족 단위 관람객이나 커플로 보이는 젊은층들도 눈에 띄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성기훈(이정재)이 찾았던 경마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4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주마들이 달리고 있다. (이미지=이명철 기자)


마사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담배연기 자욱하고 도박 중독자들만 모여 있는 곳으로 묘사됐지만 마권 발매가 디지털화되고 경마를 즐기는 분위기도 선진화되면서 이제 그런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경마에 참여하려면 마권을 사야 한다. 경마장 내부나 장외 발매소에서 전자카드 앱을 설치하고 돈을 입금하면 온라인을 통해 100원 단위로 마권을 살 수 있다. 경주 한번 베팅금액은 1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경마 방식은 다양하다. 1~3등을 순서대로 맞춰야 하는 낮은 확률의 방법이 있는가 하면 2등 안에 들어올 경주마를 맞추는 비교적 쉬운 방식도 있다. 마사회 전광판에는 각 경주마에 대한 배당률이 실시간으로 뜨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다. 1년 반 만에 경마장을 찾았다는 한 40대 남성은 “집이 근처라 한가할 때 종종 오곤 했다”며 “배당률이 낮은 대신 확률이 높은 방식으로 베팅하면 꼭 고액이 아니라 2만~3만원만 들여도 하루 종일 충분히 경마를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경마장 와야지만 즐길 수 있나…의견 분분

마사회는 지난 1년여간 코로나19 사태로 무관중 경마를 치르면서 큰 손실을 겪었다. 이달부터 제한적 입장을 재개하면서 관중과 매출이 다소 증가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14일 기준 전국 사업장 전체 입장인원은 3만6701명으로 전년동기(1만7973명)대비 두배 가량 늘었으나 2019년 동기(10만2532명)보다는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매출액은 295억원으로 전년동기(97억원)대비 204% 증가한 반면 2019년 동기(411억원)에는 못 미친다.

앱을 통한 온라인 마권 구매가 가능하고 영상만으로도 경마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온라인 마권 발매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마사회 입장이다. 청소년 구매나 도박 중독 등 사행성 문제가 있지만 보안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마사회의 보완 조치 미비와 사행성에 대한 국민 우려를 이유로 여전히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관람객 사이에서도 온라인 경마에 대한 의견이 나뉘었다. 찬성하는 편은 이미 과거에도 온라인 경마가 허용됐었고 디지털화 추세에 맞춰 프로야구·축구나 경륜·경정 등 다른 경기와 형평성에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날 경마장을 찾은 한 50대 남성은 “예전에는 집에서 가족들끼리 경마를 보면서 소소한 재밋거리였는데 사정이 있어 경마장을 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경마를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경마는 주 3일만 진행하고 한도도 정해졌는데 오히려 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것이 사행성은 더 심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행성 우려가 높은 경마를 굳이 온라인으로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었다. 남편과 함께 경마장에 온 한 30대 여성은 “우리처럼 주말에 나들이 겸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며 “온라인 경마를 시행하면 도박처럼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할 테고 (나라면) 참여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렛츠런파크 서울 입구에서 관중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이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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