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조재현 성추문 폭로한 'PD수첩', '뉴스룸'과 달랐다

  • 등록 2018-03-07 오전 9:23:25

    수정 2018-03-07 오후 1:12:00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MBC ‘PD수첩’이 JTBC ‘뉴스룸’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폭로를 다룬 다음 날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추문을 전했다. 두 방송 프로그램 모두 사회적 파장이 큰 인물의 충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제보자를 다루는 방식은 달랐다.

지난 6일 ‘PD수첩’에서는 여성 배우 3명의 인터뷰를 통해 김 감독과 배우 조재현, 조재현 매니저의 성추행을 고발했다.

이날 방송에서 제보자이자 피해자들의 모습은 모자이크 처리됐고, 목소리도 변조됐다. 또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피해 사실을 상세히 밝혔다.

이들 가운데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까 두려워 제작진에게 모자이크 처리와 목소리 변조를 약속받고 증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 사실보다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과 가해자가 권력을 휘두르는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봐 하는 걱정이었다.

김기덕·조재현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PD수첩’은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거나 더욱 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미투가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다음 주 ‘PD수첩’은 ‘미투’ 운동이 전개되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이어지는 등의 현상을 다룬 내용으로 방송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지난 5일 ‘뉴스룸’은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한 김지은 정무비서의 모습을 전면에 공개했다.

안 전 지사의 전직 수행비서이자 현직 정무비서인 김 씨는 ‘뉴스룸’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안 지사로부터 지난해 6월 말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을 당하고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방송 후 시청자를 포함한 누리꾼의 시선은 김 씨에게 쏠렸다. 실제로 김 씨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순식간에 김 씨의 관련 검색어로 ‘학력’, ‘나이’, ‘결혼’ 등이 따라왔다.

안 전 지사의 사퇴로 권한을 대행하게 된 남궁영 충남도 행정부시장은 6일 충남도정 운영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여러 언론에서 김지은 씨의 개인적인 정보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시는데, 2차 피해를 예방하고 또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선 저희는 전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씨의 얼굴 공개로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백지연은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피해자의 얼굴, 신상 밝히지 않고도 인터뷰할 수 있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가해자 얼굴만 화면 가득 담고 피해자의 얼굴과 실명을 보호해야 한다”며 “언론을 믿고 인터뷰했다면 언론이 피해자를 보호할 방책도 마련, 촉구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피해자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 가해자가 발뺌한다고? 만약 가짜라면 사전에 걸러내야 하는 게 언론이고, 사활을 걸고 나온 피해자라면 함께 사활을 거는 심정으로 인터뷰해야 하는 거 아닐까. 피해자 얼굴을 공개하는 건 힘없이 당하기만 했던 그녀에게 다시 짐을 지우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누리꾼 중에서도 “방송을 보면서 불편했다”, “얼굴 없는 피해자들의 진정성에 대해서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억울하면 얼굴 공개하고 실명으로 나오라는 소리나 하고 있고…”, “피해자가 너무 노출되는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김 씨는 인터뷰 말미에서 “방송 이후 닥쳐올 수많은 일들이 두렵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안 지사”라며 “오늘 이후로 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방송뿐이라 이 방송으로 국민들이 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선택임을 밝혔지만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김 씨를 비롯해 ‘미투’ 운동으로 성폭력에서 벗어난 피해자가 신상공개 등의 2차 피해로 또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