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블록체인' 제한적일 것..'아이폰' 악몽 되풀이 하나

과기부, 암호화폐 거래소 없어도 블록체인 성장
블록체인 기술개발은 지원
혁신성장동력에 추가될지 의문
  • 등록 2018-01-21 오후 12:00:00

    수정 2018-01-21 오후 8:13:5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내 기술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블록체인’의 성장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투기나 탈세 우려 근절을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는 검토하면서, 올해 100억 원의 블록체인 연구개발(R&D) 투자와 42억 원 규모의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런 인식에는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은 다르다’는 평가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태도는 블록체인 기술이 표준화 초기 단계이고 확장성이나 실시간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오나, 2009년 아이폰 도입 때 우왕좌왕했던 과거 정부의 실책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무선인터넷 망개방이 이슈화됐는데 정부는 국내 제조사나 대기업 통신사 이해 관계에 빠져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때문에 편리한 앱 탑재 대신 ‘3355+무선인터넷 접속키’같은 방식을 써야 다음 독립포털에 접속하는 불편함이 상당기간 지속됐다. 정부가 유연한 정책을 썼다면, 우리나라 앱과 소프트웨어(SW) 기업 생태계는 훨씬 발전했을 것이다.

2010년 자유로운 앱 탑재가 가능한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기 전까지 포털 다음을 무선인터넷에서 접속하려면 별도번호(3355)를 누르고 이통3사의 핫키(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를 다시 누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과기부, 암호화폐 거래소 없어도 블록체인 성장

과기부는 ‘암호화폐’로 대표되는 퍼블릭 블록체인(비트코인, 이더리움)의 확산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거래하는 거래소 없이도 블록체인 육성은 문제없다고 밝혔다.

양환정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지나치게 가상통화가 과열되니 거래소 자체에 대한 규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면서도, 거래소 폐지 대신 합리적 규제를 도모할 ‘암호화폐촉진법(가칭)’ 제정은“현재 고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나 거래소 자체는 기존 인터넷 기술을 쓰니 분리하자는 얘기다.

양 실장은 “냅스터 같은 P2P로 음악파일을 공유할 때 실제 세계의 법이 적용될까 논란이었지만 현재 다 저작권법이 적용되고 있다”며 “블록체인이 줄이려는 거래 비용의 문제에는 기업과 조직, 국가가 있다. 기술적인 가능성만으로 크게 활용되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기술이 될 것이냐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은 지원…혁신성장동력에 추가될까


다만, 정부는 올해 블록체인 관련 연구개발(R&D)에 100억 규모의 예산(신규 45억 포함)과 시범사업에 42억 규모를 투자한다. 블록체인 핵심 표준 개발 지원(4억)도 포함됐다.

2017년 시작된 블록체인 표준화는 IBM·MS·오라클 등 정보기술 업계 중심의 ‘ISO(국제표준화기구)’와 통신사·제조사 중심의 ‘ITU-T’(국제전기통신연합 통신표준화 부문)에서 논의하고 있다.작년 4월 ISO와 ITU-T가 동시에 표준화에 착수했고, 2019년까지 블록체인 표준화를 이룬다는 게 목표다.

전자통신연구원(ETRI) 이강찬 실장은 “사실 잘 나가는 기업들은 표준을 원하지 않고 3,4위 기업들이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블록체인 플랫폼은 IBM, MS 등이 서로 다르다. 다만, 서로 다른 플랫폼을 쓰면 상호 운용성 표준이 중요하니 표준을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부가 블록체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블록체인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동력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빅데이터·AI(인공지능)·5G·IoT(사물인터넷) 등의 ‘지능화 인프라’, 자율주행차·드론(무인기) 등의 ‘스마트이동체’, 맞춤형 헬스케어·스마트시티·가상증강현실(AR·VR)·지능형 로봇 등의 ‘융합서비스’, 지능형반도체·첨단소재·혁신신약·신재생에너지 등의 ‘산업기반’ 등 13 분야를 ‘혁신성장동력’으로 지정했는데, 스마트공장·스마트농업·자율운항선박·블록체인 중에서 추가로 성장동력을 정할 예정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생태계인데 현재의 거래소가 문제라고 해서 암호화폐나 ICO(코인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를 죽이려는 정책은 개방형 인터넷 대신 기업내부에서 쓰는 인트라넷만 키우자는 것”이라며 “암호화폐를 포함한 블록체인 전반을 다루는 법·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블록체인 기술개발 후보 과제안(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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