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유권해석 곧 나온다…카카오뱅크 대주주심사 재개

김범수 포함 안되면 순탄‥포함되면 경미성이 관건
  • 등록 2019-06-23 오후 5:04:53

    수정 2019-06-23 오후 5:19:07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카카오의 운명을 쥔 법제처의 결정이 이번 주 나온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대주주 한도초과보유주주(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되느냐가 관건이다.

23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법제처는 금융위가 신청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하 특례법)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 범위에 대한 법령해석 결과를 이르면 이번주 초 통보한다. 심사대상으로 카카오 법인만 볼지, 아니면 개인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까지 포함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 김 의장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례법 상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 대주주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 법제처 해석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에 오르려는 카카오의 운명이 달라지는 셈이다.

법제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 불확실하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특례법에 따른 은행법 조항만 보면 심사대상이 아니지만 법 취지상 심사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 여론에 민감한 법제처가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중단됐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재개된다. 심사대상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아 법령해석을 요청했는데 이런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법제처가 김 의장이 심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카카오의 앞날은 순탄하다. 카카오가 작년 합병한 카카오M(옛 로엔엔터테인먼트)이 과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으나 심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합병 전 기업의 벌금형 전력은 적격성 심사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심사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면 금융당국은 이 사안까지 포괄해 적격성 심사를 진행한다. 특례법에는 공정거래법 위반을 대주주 결격사유의 하나로 규정했지만, 금융위가 ‘경미(輕微)’하다고 판단하면 승인해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금융위의 판단에 따라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미성 여부는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김 의장 사건은 경미성의 범위 내에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과거 위반 사례가 한 건뿐이고 공정위도 혐의가 가볍다고 보고 경고조치로 끝난데다 1심 결과도 무죄로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무적 차원에서 경미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있지만, 외부로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김 의장을 공소장까지 변경해가며 항소할 만큼 처벌의지가 강해 2심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케이뱅크의 KT는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심사를 중단한 만큼 형평성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심사 기준 탓에 혁신 기업이 인터넷은행 진출을 외면하고 있다며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고려해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특례법상 대주주 결격사유에서 공정거래법을 제외하는 법률안을 상정했고,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도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여당 일부가 반대해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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