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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보험사와 소송 4건에 변호사 15명 대거 투입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삼성생명, 한화생명이 즉시연금 계약자와 진행 중인 소송 4건을 배후 지원하고 있다. 계약자 A씨가 두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4억400만원 규모 보험금 청구 소송 2건이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양 보험사가 계약자 B씨와 C씨를 상대로 “덜 준 보험금이 없다”며 낸 채무 부(不)존재 확인 소송이 서울동부지법과 대전지방법원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은 소송에 휘말린 개별 계약자의 변호사 선임은 물론 소송 비용, 법원에 제출할 자료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금감원이 직접 민원인 소송 지원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소송에 법무법인 시공과 개인 법률 사무소 소속 변호사 14명을 대거 투입했다. 즉시연금 업무를 전담하는 금감원 소속 변호사까지 포함하면 변호사 15명이 소송 지원에 뛰어든 것이다.
이는 민간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삼성생명 등 보험사와 진행 중인 소송 10건을 변호사 단 2명이 전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소비자연맹은 금감원과 별개로 즉시연금 계약자 중 공동 원고단을 모집해 소송에 나선 상태다.
실제로 금감원이 측면 지원하는 소송 중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서울중앙지법 사건의 경우 원고인 보험 계약자와 금감원 측 소송대리인이 무려 13명에 이른다. 하지만 피고인 삼성생명은 소비자연맹이 제기한 소송도 함께 담당하는 임시규 김앤장 변호사 혼자 소송대리인으로 등록돼 있다. 이 소송은 지난 1월 소장을 접수해 5월 첫 심리를 했고 이달 10일 두 번째 재판이 열린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한 소송에 10명이 넘는 변호사가 붙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소송에 투입한 변호사가 많으면 서로 분야를 나눠서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전했다.
패소하면 제재당할라…보험사는 초조
금감원은 소비자연맹이 작년 하반기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재판도 직접 참관하는 등 동향 파악도 강화하고 있다. 이 소송의 진행 속도가 가장 빨라서다. 한 변호사는 “통상 같은 사안을 여러 재판부에서 심리할 경우 최초로 판결이 나오면 다른 곳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 사건을 두고 여러 가지 결론이 나오는 것은 법원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즉시연금 과소 지급도 자살 보험금 사태와 같은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법상 기초서류에는 보험 상품 약관, 사업 방법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 방법서 등이 포함되는데, 법원이 즉시연금 상품의 약관대로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고 판결할 경우 금감원도 해당 보험사를 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시연금(상속 만기형)은 처음 가입 때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가 매달 계약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다가 만기 때 처음 낸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보험사가 약관에 정확하게 쓰지 않고 만기 보험금 환급 재원을 마련하려고 매달 주는 이자에서 일정액을 임의로 공제했다는 것이 금감원 판단이다.
다만 1심에서 패소한 측이 항소, 상고를 통해 3심 법원인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 고갈 경우 즉시연금 문제의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3~4년 정도 걸릴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즉시연금 계약자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드릴 것”이라며 “향후 계약자 측이 승소하면 (보험사 제재 등) 후속 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송에 참여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재판부에 최선을 다해 소명하고 소송 결과가 나오면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즉각적으로 조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