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의 투어텔링] 여행상품, 반값할인 가능한가?

  • 등록 2012-07-06 오후 12:40:00

    수정 2012-07-06 오후 12:40:00

[이데일리 김형렬 컬럼니스트]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으로 유독 한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온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갔다.

그의 새로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홍보 차 우리나라를 찾은 것이 주 목적이었겠지만, 그는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였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최저가 상품이 사회의 유일한 가치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주말 영업을 두고 전통시장과 SSM 사업자인 대기업들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은 SSM이 소비자들에 값싼 물건을 공급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민들도 이 주장에 고개를 끄떡이기도 한다.

그런데 샌덜 교수는 가장 싼 상품의 공급으로 자영업자들이 줄어들어 일자리 축소에다 궁극적으로 지역사회가 번영하지 못하게 된다면 최저가 상품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온라인의 발달로 경쟁은 전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통신망으로 연결된 곳이라면 누구나 몇 번의 클릭으로 가장 싼 상품을 골라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반값할인’, ‘최저가보상’, 심지어 ‘공짜마케팅’까지. 가격 파괴는 이제 일상화가 되어버렸다. 마치 정가에서 절반 이상 싸게 사지 못하면 바보가 된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바람은 여행 상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홈쇼핑 등에서 이른바 ‘대박할인’하는 상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가 99만0000원 가격표에 가운데 줄을 긋고 49만9000원으로 표시된 것을 보면 구미가 당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국내에는 1만개가 넘는 여행사가 있다. 이 숫자는 약국보다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 대부분은 직원 10명 미만의 소기업이다. 이동통신사의 대리점과 거의 다를 게 없다. 실제로 통신사 대리점과 여행사를 겸업하는 곳들도 있다.

최근에는 대형 온라인몰과 대기업 홈쇼핑 채널, 외국계 온라인여행사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브랜드 파워로 국내에 밀고 들어오면서 이들의 설자리도 좁아지고 있다. 전통시장 대 SSM 전쟁과 같은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가장 싼 여행상품을 공급하는 곳 위주로 시장 질서가 짜여지고 있다.

하지만 ‘최저가 여행상품’을 고르는 것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공산품의 경우 정가가 있고 시세가 형성돼 있는 반면 여행상품은 정상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상품은 그 상품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적기를 타는지 또는 연착을 밥먹듯 하는 외국계 저가항공을 이용하는지, 국적기를 타더라도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한지, 또는 탑승 시간이 오전인지 밤인지에 따라 요금은 널띄기를 한다. 여행 중 묵게 되는 호텔의 등급이나 위치, 조석식 내용 그리고 관광 프로그램이 몇 가지나 기본으로 제공되는지에 따라서도 요금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개중에는 마케팅 행사로서 손실을 안고서도 반값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품은 대개 10분만에 모객이 끝나기 일쑤다.

그렇다면 여행상품의 반값할인은 무엇인가. 실제 상품이 반값이라서가 아니라 반값으로 샀다는 소비자들의 마음에 위안 정도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rancet@travelb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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