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험지 설득 경남行…홍준표·김태호 "이미 늦었다"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9일 경남 밀양시 홍준표 전 대표 선거 사무실에서 홍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달여간의 장고 끝에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다른 대표급 인사들의 험지 출마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홍준표 전(前)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수도권 출마를 설득하기 위해 직접 경남까지 찾았지만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홍 전 대표는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를 효수(梟首)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도 김형오 위원장님의 오늘 밀양 선거 사무실 방문은 감사 했다”며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홍 전 대표는 김 위원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이미 늦었다”며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김 전 지사 역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이제 와서 철회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그동안 당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면서 험지 출마 요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5년간 이 당에 입당한 이래 저격수, 험지 출마를 계속해 오면서 당을 지켰다”며 “당 해체를 막기 위해 절망적이었던 탄핵 대선에도 당의 요구에 따라 경남지사를 중도 사퇴하고 출마해서 당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김 전 지사 역시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당을 떠나 본적도 당의 요구를 거역한 적도 없다”며 “2011년 김해 보궐 선거, 2018년 경남지사 선거도 나갔다. 질 수밖에 없는 선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갔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 모두 당장 경남 캠프를 철수하고 수도권 험지로 옮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한국당이 정무적인 판단으로 공천 배제를 단행할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한 뒤 당선되면 복당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특별대우를 바라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과 동등한 기준으로 공천을 하면 컷오프가 될 이유가 없다”며 “우리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천을 받고 쉬운 길로 가느냐, 무소속으로 조금 더 어려운 길로 가느냐의 문제”라고 배수진을 쳤다.

김 전 지사도 통화에서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며 “당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걱정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 건 하기식 모양 갖추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면을 잘 고려해야 한다”며 “선거는 현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도모해 볼 수 있을 만한 중량급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 명분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이유야 다 있지만 험지에 나서지 않겠다는 명분이 약하다”며 “무소속으로 나가서 만약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당선 의미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종로 출마 수용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던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