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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영화 흥행은 20대 남녀, 드라마 흥행은 30~40대 여성이 주도한다는 공식은 깨졌다. 요즘 대중문화계를 보면 성별·나이에 새로운 분류기준을 하나 더 붙여야 할 듯싶다. 싱글과 비싱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기러기아빠 이성재·김태원에 미혼남인 데프콘·서인국·노홍철 등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콘셉트로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1990’ 시리즈 등으로 방송가 유행을 선도해온 케이블채널 tvN은 최근 1인가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 드라마의 작가진은 모두 ‘나홀로족’이다.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혼자 사는 사람들(2012년 기준, 454만)의 마음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도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오늘도 나 혼자…’. 걸그룹 씨스타의 노래 ‘나혼자’(Alone)의 가사처럼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영화를 보고, 혼자서 노래를 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다. 오히려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나홀로족의 득세는 소비행태도 바꿔놨다. 1인용 주택·가전·가구·음식에 1인 식당·카페·노래방·호텔까지 생겨났다. 1인가구 9년차 직장인 박주은(35) 씨는 “처음 자취생활을 할 때에는 혼자서 식당에 가면 퇴짜 맞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도서관처럼 칸막이가 쳐진 식당이 생기는 등 최소한 눈칫밥은 안 먹어도 돼 좋다”며 격세지감을 토로했다.
혼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벨라 드파울로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싱글리즘’(singlism)에서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잡은 싱글에 대한 편견을 언급하며 “결혼이 곧 행복이 아니듯이 싱글의 삶은 비참하고 외롭고 비극적이며 불완전하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올해 한국사회 대표 트렌드 중 하나로 ‘나홀로 라운징’(Alone with Lounging)을 언급하기도 했다. 혼자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안락함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 싱글들은 ‘나홀로 함께’하는 삶을 즐긴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으로 대인 관계의 폭은 오히려 넓어졌다. 고독을 비관하기보단 즐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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