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롯데쇼핑(023530))은 지난 8일 AK글로벌 지분 81%를 28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실제 인수에 들어간 금액은 800억원 안팎이다. AK면세점이 약 2000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애경 측에서 면세점 운영이 어려워 인수 의사를 타진해 와 양해각서가 체결됐다"고 말했다.
◇면세점 공룡..`공정위 승인` 여부 주목
유통공룡 롯데가 면세점까지 집어 삼켰다. 옥의 티인 인천공항면세점에서도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1위로 등극할 전망이다.
AK면세점은 코엑스·인천공항·김포공항점 총 3곳의 면세점을 운영중이며, 지난해 3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호텔의 면세사업부는 소공·잠실·제주점의 3개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제주공항점의 2개 공항면세점, 그리고 인터넷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사업부 총 매출은 1조1150억원이다.
서울 시내 면세점 매출액 기준으로 롯데 면세점은 52.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고 하고 있다. 그 뒤를 신라(14.4%), AK(5%) 등이 잇고 있어 롯데 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AK면세점에 판매해 온 화장품까지 추가된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신라 면세점 39%, 롯데 면세점 37%였다. 여기에 AK면세점의 시장점유율 15%를 보태면 단박에 신라면세점을 제치게 된다.
하지만 본계약 이전에 독과점 문제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앞서 롯데호텔은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 과정에서 부산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로 공정위에 인수 불허 조치를 받았다.
서울 면세점의 경우도 롯데와 애경의 두 면세점이 합칠 경우 시장점유율이 70%를 육박하게 돼 독과점 시비가 불거질 수 도 있다.
◇애경 `선택과 집중`
애경그룹이 적자에 허덕이던 면세점 사업을 9년만에 접었다. 애경의 공식적인 입장은 기존 사업의 `선택과 집중`이다. 경영난이 심각한 `AK플라자`을 도려 낸 것으로 풀이된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인천 공항의 임대료 등으로 유지비가 많이 들어 팔아도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며 "계속 적자를 안고 가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오너의 의지로 보면된다"고 말했다.
매출액 1300억원대인 AK면세점은 최소보장액이 매출의 76.9%인 1000억원에 달한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영업료로 빠져 나가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힘들게 장사해도 적자의 폭은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나 이 모든것이 지난 2007년 인천공항 임점 입찰을 따 내기위해 업체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출국자들이 갈수록 줄어든데다 최근에는 신종플루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AK면세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어렵다. 지난해 8월 리뉴얼을 거쳐 재개장한 AK면세점 코엑스점의 경우 시내 면세점 중 점유율이 5% 미만이다. 반면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의 적자를 시내 면세점에서 보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년 계약을 맺어 중간에 철수하려면 200억~3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해 AK면세점이 최종 매각이라는 히든 카드를 꺼내 든 것 같다"며 "애경그룹이 산업은행 등 주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이행하려는 것도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애경그룹은 지난 10월에는 AK플라자 구로본점 건물을 `세일 앤 리스` 방식으로 1500억원대에 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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