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한 딸, 목사는 '자연스러운 관계' 주장..피해자 또 있어"

  • 등록 2022-01-13 오전 10:18:47

    수정 2022-01-13 오전 10:18:47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제 딸은 이제 살기 위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딸이 10년 전 담임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 A씨는 전북 전주 교회 성폭행사건 피해자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A씨는 “제 딸은 어려서부터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그런 가운데 선교사의 꿈을 키우며 전도사가 됐다”며 “아이가 어렸을 땐 여유로웠지만, IMF 때 집이 힘들어졌었고 그 어려운 와중에도 투정 한번 없이 스스로 꿈을 키웠다. 꿈을 위해서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대학교도 혼자서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면서 부모 손 한번 가지 않게 뭐든 알아서 하던 아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희 아이가 선교사를 한다고 기독교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니 교회에서 장학금을 주고, 신학교에 입학을 하니 등록금 일부를 지원했다. 아이가 졸업을 하면 교회에서 선교사 파송을 하겠다고 해 더 열심히 교회생활을 했다”며 “교회에서도 제 딸이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며 신학생이 되고 선교사파송까지 하게 되는 첫 사례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런데 A씨의 딸은 2년 후 갑자기 일을 그만하고 싶다며 사임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일을 너무나도 좋아했고 야무지고 밝은 아이였다. 그러던 아이가 선교사의 꿈도 바뀌었다며 신학교도 자퇴를 했다”고 전했다.

A씨는 “ 그럼에도 집에는 한 번도 무슨 일이 있는지 티를 내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도 가슴이 무너지고 엄마로서 한 번이라도 이유라도 물어볼 걸 후회하며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나도 미안하기만 하다”며 “제 딸은 전도사와 학교를 그만두고 이것저것 정신없이 배우기도 하고 직장도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생할을 했다”고 했다.

이후 A씨의 딸은 아무 연고도 없는 대구에서 사업을 한다며 집을 떠났지만, 금전적으로 어려운 A씨에게는 항상 힘이 돼주는 귀한 딸이었다고 했다.

5년간 대구에서 사업하며 성장을 한 A씨의 딸은 전주에도 사무실을 추가로 냈고, A씨는 딸과 다시 가까워져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두 사람 간 문제가 생긴 건 지난해 8월부터였다고 한다. A씨는 “(딸이) 그전부터 우울증이 있어서 병원을 스스로 찾아가 상담을 하고 치료를 받고 있었더라”며 “열심히 일하던 아이는 축 늘어졌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여러 차례 극단적 시도를 하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돌아가면서 딸 아이를 지켰고, 막내딸은 하던 일까지 그만두고 언니를 24시간 지킬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이후 A씨는 딸과 병원을 다녀오던 중 말다툼을 하게 됐고, 집으로 돌아온 딸은 30살이 되도록 한 번도 하지 않던 원망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는 “딸 아이 방 앞에서 ‘미안해, 엄마가 미안하다’ 저는 울면서 딸아이 방앞에서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며 “ ‘엄마는 네 덕분에 행복했는데 너는 너무도 힘이 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서울에 사는 친언니로부터 딸이 전도사를 할 당시 목사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딸의 우울증과 자살시도는 나아지는 듯하다가 더욱 심해졌다.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딸이 21살 때 당했던 그 일을 30살이 끝나갈 무렵에 겨우겨우 꺼내놓았고, 그 말을 듣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그 엄청난 일을 우리 딸아이는 혼자 묻고 지내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악몽 속에서 살았을까, 혼자 얼마나 울었을까”라며 “꽃다웠던 21살, 그 예뻤던 내 딸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은 말로다 표현할 수 없다. 그 아이를 가장 예쁠 때 고통 속에서 살게 했다는 게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A씨는 지난해 12월 18일 목사를 찾아갔지만 그는 죄책감도 없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나아가 목사는 “성폭행이라기보다는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자연스러운 관계에서”라고 주장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하물며 목사 딸이 제 아이와 친구였다. 자기 딸 친구를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문제인데, 성폭행해놓고 자연스러운 성관계를 맺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그 입을 찢고 싶었다”고 분노했다.

그 후 악몽의 2주를 보낸 A씨의 딸은 자신이 직접 이 사건을 알리겠다며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는 “딸이 혼자서 증거를 찾고, 피해자를 찾고, 제보하고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며 “피해자인 어른들도 나서서 증언하려 하지 않고, 같은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어른들도 나서지 못해서 계속해서 같은 피해자들이 매년 계속 나오고 있는데 제 딸이 이 문제를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기특하다”고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실제 이 사연은 지난 6일 KBS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방송이 나간 후 A씨의 딸을 향한 비난은 더 쏟아졌다고 했다.

A씨는 “2차 가해를 하는 댓글을 보면서 딸은 안 보면 괜찮다고 하지만 또 혼자서 울고 있을 것”이라며 “또다시 상처받을 피해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함부로 내뱉는 현실에 피해자 가족으로 참 가슴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가해자가 언제 어디에서 딸 곁에 나타날지 몰라서 저희 딸은 혼자서밖에 나갈 수도 없고,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공간에서 조차도 불안함 속에 홀로 싸우고 있다”며 “제 딸은 자기가 찢어지고 다쳐도 자기가 아니라 같이 용기 내서 증언해준 피해자들을 위해서 버틸 것”이라고 했다.

과거 A씨의 딸의 교회에 다녔던 일부 신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목사가 ‘귀엽다’ ‘기도해주겠다’면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말했다. 유치원생이나 중학생일 때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끝으로 A씨는 “목사는 문자로는 ‘죄송하다, 사과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기자님들이 전화하면 ‘성폭행이 아니다’라고 한다”며 “성폭행이 아니라고 하면서 뭐가 죄송하고 뭘 사과한다는 건지 모르겠고, 목사 측은 잠잠해지면 다시 교회로 돌아올 것이다. 목사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A씨와 가족들은 당시 비슷한 일을 겪었던 다른 신도들과 함께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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