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북적북적' 돌아온 관광객…공실률 낮아지고 임대료 오르고

[르포]1년전 유령도시 맞나요…돌아온 명동의 봄
오피스·소규모 상가 공실률 작년 대비 절반 '뚝'
임대료 올 1분기 1㎡당 13만8100원…작년보다↑
고금리에 시장 여전히 안좋아…상가투자는 신중
  • 등록 2023-05-07 오후 6:31:36

    수정 2023-05-07 오후 10:03:29

[이데일리 박지애 김아름 기자]“길거리 음식으로 스테이크는 처음 먹어 보는데 매우 맛있다. 딸이 K 팝을 좋아해서 같이 여행을 왔는데 명동 길거리 문화는 일본에선 본 적 없는 다양한 놀거리와 먹거리가 있어서 너무 만족한다.”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9일간의 연휴인 일본 ‘골든위크’를 맞아 딸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마츠이 레이나(45) 씨는 명동의 길거리 문화와 먹거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봄 날씨가 완연한 지난 4일 명동은 평일임에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북적거리며 거리를 가득 메웠다. 특히 젊은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일본인 관광객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유령 도시’로 불리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명동은 지금 없다. 명동 입구 ‘이삭 토스트’ 앞에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토스트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명동 상권 부활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왼쪽은 지난해 2월 서울 명동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오른쪽은 지난 4일 서울 명동의 모습(사진=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 1분기에만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1만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1분기(384만명) 대비 44.6% 수준이지만 지난해 4분기(148만명)와 비교하면 16.2% 증가했다. 코로나19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그 자리를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채웠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앞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까지 풀리면 명동 상권이 더 살아날 것이고 공실률도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빠르게 감소하는 공실률 빠르게 오르는 임대료

지난해 4분기 42.4%까지 치솟았던 명동 공실률은 3개월 만인 올해 1분기 25%로 급감했다. 특히 이 기간 서울 내 주요 상권인 강남, 홍대, 이태원, 성수동 등의 공실률은 코로나19때와 큰 차이가 없었단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명동의 공실률을 빠르게 감소시키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 임차자문팀 이사는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으로 유입되면서 작은 코스메틱 매장 중심으로 빠르게 재개장한 것이 수치상으로 공실률 감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패션, 슈즈 플래그십 같은 중대형 매장이 오픈하려면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리는데 이 브랜드들이 현재 빠르게 임대차 계약을 마치고 속속 명동에 매장을 열고 있어 앞으로 명동의 실질적인 공실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실률이 줄면서 임대료도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1㎡당 임대료가 13만7900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는 13만8100원으로 소폭 올랐다. 58㎡ 전용면적으로 환산했을 때 월세가 801만원이다. 서울시가 주요 상권 1만2500개 1층 점포를 대상으로 월평균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명동이 가장 높았다.

명동의 K공인중개소 대표는 “상가 2층 이상 공실이 남아 있긴 하지만 1층 공실이 거의 없다”며 “지난해 말부터 매월 임대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내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 같다. 벌써 상인들 입에서 임대료 인상에 따른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실률 감소와 임대료 상승은 매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빅데이터 기업 나이스지니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동 상권 이용객의 월평균 지출액은 378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79억원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새단장 마친 소규모 점포…임대료 회복 기대

지난해 4분기 두 집당 한 집은 방을 빼야 했던 상황에서 상권이 점차 회복하면서 문을 닫았던 소규모 점포나 상가도 하나둘 새 단장을 마치고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특히 팝업 스토어를 비롯해 K 팝스타의 굿즈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가판대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줄지어 있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명동 중앙로 가판대에서 K 팝스타의 굿즈를 판매하는 김 모 씨는 “코로나 직전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터져 정말 막막했다. 이 정도만 돼도 숨통은 트이니 정말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은 그동안의 손실을 메우는 정도지만 별 탈 없이 이렇게 외국인 관광객이 이어지고 중국도 관광이 풀리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명동 길거리의 소규모 상점 10개 중 4개는 ‘임대 중’ 안내가 붙어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명동 지역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42.1%였다. 1년이 지난 올해 1분기에 공실률은 21.5%까지 떨어졌다. 아직 명동 골목골목, 2층 이상 상가까진 온기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지만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명동 S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난해 임대료가 많이 낮아진 탓에 메인 거리인 중앙로부터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임대 계약이 늘었다”며 “아직 코로나19 사태 이전 추세를 다 회복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점차 소형점포와 가판대에 이르기까지 공실이 줄면서 임대료도 회복하리라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가 투자를 눈여겨보고 있다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명동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상권이다”며 “임대료와 권리금이 비싸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 공실이 많이 생겼고 폐업한 가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지금 명동은 권리금이 없어지는 추세로 투자자로서는 월세나 권리금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금리가 올라 시장 자체가 좋지 않다”며 “부동산은 1차 산업이다 보니 건설 전반이 잘 돌아가야 나머지도 선순환하는데 올 하반기나 내년쯤 완전히 물가가 잡힌다는 신호가 나와야 투자나 매수세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지난 4일 명동 거리 모습.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거리에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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