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김남현·조진영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005930)의 지난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1년새 60% 가까이 급감했다. `어닝쇼크`라던 2분기보다도 43%나 더 줄어든 ‘슈퍼 어닝쇼크’였다.
이를 반영하듯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1년째 1%도 안되는 저조한 성장률이다. 특히 삼성전자 부진 탓에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2.6% 감소했다. 작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줄었고, 감소율은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민간소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하면서 다소 회복세를 보였던 경제지표들이 호된 외풍(外風)에 다시 추락하고 있다. 중국 경제 둔화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추격, 엔화 약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등 대외변수들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영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중국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 반도체와 LCD 수출이 줄고 있고, 스마트폰도 고가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에게 끼어 삼성전자의 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이 3분기 GDP 부진의 주된 이유”라고 진단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연준은 6년여를 끌어온 양적완화 조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통화긴축 사이클의 시작을 알렸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한은도 금리인상에 고심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안고 있는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경기 침체로 소득이 줄면서 6월말 현재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35.1%로 전년에 비해0.4%포인트 높아지는 등 소득에 비해 가계빚은 더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양적완화 규모를 더 늘리는 추가 부양조치를 단행했고, 디플레이션 공포를 느끼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거나 적어도 부양 힌트를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엔화와 유로화 하락이 원화 강세라는 화살로 한국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진다 .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부문장은 “미국 양적완화 종료로 원화가 약세압력을 받는 부분이 있지만 일본은행 추가 부양으로 엔화가 더 강하게 약해지면서 원-엔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그 만큼 수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 굉장히 강한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