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Story]SK와 네이버가 '기업문화'에 올인하는 이유

  • 등록 2015-11-08 오후 3:06:35

    수정 2015-11-08 오후 3:33:3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3년 만에 회장이 주재하는 CEO세미나가 열렸는데 너무 맹숭맹숭한 건 아닐까.

10월 28일부터 2박3일동안 SK(034730)그룹 주력 CEO들이 참가한 합숙세미나 결과를 취재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SK “파괴적 혁신과 강한 기업문화로 위기돌파” 결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죠.

중국이 600억 위안(약 10조7000억원)을 들여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하고, 국제유가 불안과 통신 비즈니스 모델까지 흔들리는데 처방 치곤 너무 아카데믹하지 않냐는 거죠. 중국 국유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반도체 공장 건설 소식이 전해지자 SK하이닉스 주가는 4.44%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룹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니 과거와 다른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고, 이는 ‘기업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살아 남을 지는 각사가 고민하는 것이고, 여러 업종이 섞여 있는 CEO 세미나에서는 판을 바꾸는 혁신으로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뭔가 해보자는 강한 기업문화를 만들자는 데 공감했습니다. 이런 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빅딜을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라고 하더군요.

CEO세미나에는 최태원 회장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임형규 ICT위원장, 정철길 전략위원장(SK이노베이션 사장 겸임),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장(SK E&S 사장 겸임), 하성민 윤리경영위원장 등 7개 위원회 위원장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조대식 SK㈜ 사장 등 16개 주력 관계사 CEO들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반도체·석유화학·ICT의 생존법을 결정짓기는 불가능하죠. 뭔가를 사고 파는 사업구조 조정도 회장의 의지는 물론 각사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SK 최태원 회장이 CEO 세미나에서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게다가 SK는 ‘따로 또 같이’라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2002년 1.0에서 지금은 3.0까지 왔죠. 제왕적 권위를 가진 재벌 회사 치곤 이상하죠. 회장 말 한마디로 모든 게 돌아갈 것 같은데 ‘따로 또 같이’라니요.

물론 SK그룹의 중요 의사 결정에서 최 회장의 생각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따로 또 같이’라는 기업문화에 조금 놀랐습니다. ‘따로’는 각 계열사의 이사회 중심 결정 구조를, 또 같이는 SK라는 한 울타리에서 서로 시너지를 찾는 게 핵심입니다. IMF이후 2002년 처음 ‘따로 또 같이’가 등장했을 때는 각 계열사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했다고 하고, 2007년 지주사 전환이후에는 집단지성의 힘을 강조하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CEO세미나에서는 ‘따로 또 같이 3.0’ 버전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고 하네요.이를테면, 글로벌 성장위원회에 참가하는 장동현 SK텔레콤 CEO는 자신과 회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계열사로 전파하기 위해 좀 더 노력하자는 취지입니다.

재벌 회사에서 집단지성을 강조하는 게 익숙하진 않지만, 최 회장은 “‘따로 또 같이’ 3.0 체제는 우리가 고민한 지배구조 가운데 현재로서 가장 좋은 답인 것이 분명한 만큼 신념을 갖고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는 군요.

SK 최태원 회장이 CEO 세미나에서 발표자료를 주시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 것은 SK만이 아닙니다. 국내 최고의 인터넷 기업, 혁신의 상징인 네이버(035420)도 마찬가지죠.

평소에 존경하는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융합의 성공은 거대한 데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는 “16년 된 네이버의 주식을 다 팔 면 대한민국 KT의 주식 두 배를 사고도 남는다”면서 “무어의 법칙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인텔도 창의성에 주목해 성공한 경우”라고 했습니다. 이런 기업들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니 거대하지 않아도 간단한 것이라도 아직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하면서 반지름을 넓혀가는 것이 융합시대 성공법이라고 조언했죠.

10년에 1등 기업이 3번 이상 바뀐다는 인터넷 기업의 역사를 새로 쓴 네이버는 어떤 비법일까요.

네이버만큼 놀라운 회사도 없습니다. 네이버는 야후, 엠파스 등이 검색시장을 누빌 때 ‘지식iN’을 내세워 검색 포털의 강자로 자리잡았죠. 한 때 ‘평판검색’을 내세운 첫눈이 출현했지만 발빠른 인수합병(M&A)으로 기술력과 인재를 흡수했습니다. 이후 네이버는 국내에 머물리 않고 일찌감치 일본 공략에 나섰고, 숱한 우려와 패배 속에서 결국 라인이라는 글로벌 성장 엔진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최근 네이버가 보여주는 온오프라인(O2O) 역시 ‘검색’의 경쟁력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인터넷 관문국 답게 정제되고 신뢰성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 부처와의 제휴 등 인터넷 벤처로선 쉽지 않은 행보도 진행했습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014년 6월 25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14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그런데 인터넷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성공은 전적으로 이해진 이사회 의장 덕분이라 하더군요. 위의석 SK텔레콤 상품기획부문장(전무)은 “이해진 의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24시간 고민하는 존경하는 후배”라고 했습니다.

그의 능력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왠만한 통신사 주가를 넘어서는 네이버의 경쟁력에는 범상치 않은 기업문화가 있다는 겁니다.

GS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다 네이버로 이직한 모 팀장은 격의 없이 소통하는 문화에 놀랐다고 합니다. 네이버로 와서 가장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보통 기업은 팀장과 팀원의 의견이 갈리면 팀장의 의견으로 정리되는데 여기는 다르더라. 어제는 하루 종일 디자인 하나 바꾸는 걸로 팀원과 다퉜다. 그런데 아직 결정 못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작은 일 같지만 불확실성의 시대, 글로벌 전면 경쟁의 시대를 리딩하는 네이버의 수평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합니다.

이데일리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한 주(11.2~6) 동안 네이버 주식을 1000억원 이상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하네요. 모바일 광고 시장의 성장세와 일본 등 글로벌 사업의 성과도 있겠지만, 미래 가치에 대한 시장의 기대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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