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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안승찬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내년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신호도 줬다. 그럼에도 시장은 파월 의장이 생각보다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 선호)이 아니라고 반응을 내놓았다.
연준은 워싱턴DC 본부에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1.50~1.7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전임 재닛 옐런 의장 체제였던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이자, 지난달 취임한 파월 의장 체제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2015년 12월 제로 금리를 끝낸 이후 6번째 금리 인상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인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아무도 기준금리 인상을 불안해하지 않았다. 연준 이사들은 한명의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관심의 포인트는 점도표(dot plot)였다. 점도표는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위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기준금리에 점을 찍는 분포도다. 위원들이 생각을 담은 일종의 설문조사와 같다. 점도표는 위원들의 머릿속에 있는 금리 인상 스케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파월의 연준이 매파적이었다고 해석한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앤드루 윌슨 글로벌 채권 공동 부문장은 “연준의 예상치 중간값은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을 가리키고 있지만, 금리경로 전망은 매파적으로 조정됐다”며 “우리는 연준의 메시지가 진화해 결국 올해 4번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파월 의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인플레이션 가속의 정점에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매파적이지 않았다는 해석이 많다. 시장에서 우려했던 건 연준이 과연 올해 금리 인상의 속도를 3번에서 4번으로 높일 것이냐로 모아졌다.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4번까지 확장될 것이냐가 관전 포인트였다. 결과는 3차례 인상 유지다. 물론 이전(16명 중 4명)보다 더 많은 위원(15명 중 7명)이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점도표에 표시했지만, 결과가 달라진 건 아니다.
미국 경기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이 오히려 다소 후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경제 전망은 최근 몇 달 동안 강화됐다”는 문구를 새롭게 삽입하면서도 경제 활동에 대한 진단을 “탄탄한 속도(a solid rate)”로 증가했다는 표현에서 “완만한 속도(a moderate rate)”로 증가했다로 바꿨다. 또 “최근 지표는 가계 소비와 기업 고정투자 증가세가 지난해 4분기 강한 수준 대비 완화됐음을 보여줬다”는 문구도 넣었다. 소비와 투자가 다소 주춤해졌다는 뜻이다.
FOMC 발표 이후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오히려 0.66% 하락한 89.36까지 떨어졌다. BMO캐피탈의 애론 콜리 금리 전략가는 “올해 금리 인상 전망에 변화가 없었다”며 “이것이 투자자들의 미온적인 반응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FOMC 의사 결정문이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금리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면서 이미 예상된 일이었음을 강조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정책금리 상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연 1.50%를 넘어섰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은 2007년 8월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2일(한국시간) 시장 반응과 영향을 점검하고자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