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그들은 바다로 갔다(1)(VOD)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 대명항
여행하는 박종인, 뷁과 함께 떠났다
  • 등록 2008-10-16 오후 12:05:00

    수정 2008-10-16 오후 12:05:00






▲ 지금 덕포진, 대명포구에 가야 할 이유가 몇 있다.

이 가을, 이 찬란한 가을에 포구에 가서 사랑과 추억과 역사를 담아 보심은..!

 
[조선일보 제공] 서울에서 경기도 김포를 지나 강화도쪽으로 가다 보면 ‘대명포구’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어항(漁港)이다. 동네사람들이 바닷바람 맞으며 잡아온 온갖 해산물을 구경하고, 먹고, 사 올 수 있는 곳이다. 그 옆에는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낸 군사지대 덕포진(德浦鎭)이 있다. 한적하기 짝이 없는 은밀한 공간이다. 그 옆에는 은퇴한 부부 교사가 만든 박물관이 있다. 병마로 시력을 잃은 아내는 학교 대신 여기에 재현해놓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풍금 치며 동요를 부르고, 낙천적인 삶에 대해 가르친다. 다리를 건너면 문화유적의 보고(寶庫) 강화도가 지척이요, 길을 더 이어 애기봉에 오르면 황량하기 짝이 없는 북한 개풍군이 코앞에 보인다. 자,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 대명포구 기행.
 
▲ 포구 너머로 해가 기운다.


만선(滿船)의 꿈

바다 건너 강화도쪽으로 해가 기운다. 왼쪽으로 새로 생긴 초지대교가 바다를 가로지르는데,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울리더니 포구에 배가 들어왔다. 출항한 지 닷새만이다. 남편과 아들들을 기다리던 가족들이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초조하게 배를 바라본다. 닻이 내리고, 항구가 갑자기 부산해진다. “야, 많이도 잡았다!” 망태 속에 차곡차곡 재어놓은 꽃게들이 갑판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탄사를 퍼붓는다. 꽃게와 물고기들은 트럭에 실려 바로 옆에 있는 어시장으로 운반된다. 그 시장, 이렇게 생겼다.
 
꼴뚜기가 노닌다, 살아 있는 돌게들, 산 채로 간장 부어 게장을 만든다. 열 네 마리에 1만원, 갓 잡은 새우로 젓갈을 만들어 한 병에 파는 값이 단돈 1만원, 겨우내 토굴에 삭힌 토굴젓은 2만원, 벤댕이 젓갈에 황적어 젓갈이 한 병에 만원씩, 아침에 잡아 덜 판 생선이 한 소쿠리에 전부 만원, 어허, 황적어에 벤댕이에 괴물같은 농어에 능청맞은 장어라, 인간 뱃속으로 들어가실 생선들이 흘러넘치는구나~!
 
 
그런 곳이다. 자기 배의 이름을 걸어놓은 상점들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고, 아이 손을 잡고 놀러나온 가족들이 입맛을 다시며 구경을 한다. 값이라는 게 ‘전부 만원’ ‘전부 오천원’이라고 적혀 있다. ‘전부’라는 고기 이름이 아니라 소쿠리 하나에 담긴 물고기 전부를 말한다. 대도시에서는 몇 만 원씩 할 어족들이 거기에 가만히 앉아 있다.
 
사람들한테 최고 인기 품목은 새우젓과 꽃게. 갓 잡은 새우부터 햇젓, 6월에 잡은 육젓, 가을에 잡은 추젓, 토굴에서 삭힌 토굴젓까지 한병 그득하게 담아 1만원부터 파니, 입맛 떨어진 분들은 얼른 대명포구 어시장으로 가실지어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도 대명 어시장을 찾아볼 일이다. 펄펄 살아 있는 생동감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물론 공짜!
어시장이 있으니, 시장 옆에는 당연히 해물음식점이 널려 있다.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도 된다. 꽃게탕 하나, 광어회 하나 시켜놓고 소주 한잔 삼키고 노을 한번 바라보면 막 싸우고 채 화해하지 못한 연인들의 못된 마음도 금방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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