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고통"...이태원 참사 겪은 10대 사망

  • 등록 2022-12-14 오전 10:43:25

    수정 2022-12-14 오전 10:43:2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태원 참사를 겪은 고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생존자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2일 11시 40분께 고등학생 A군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한 결과,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져있는 A군을 발견했다.

경찰은 당시 A군 외에 다른 투숙객은 없었으며, 현장 감식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군은 이태원 참사 당일 친구들과 함께 현장에 있다가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함께 간 친구들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군 부모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14일 온라인상에 A군 장례식에 다녀왔다며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온전하게 견뎌내기는 너무 힘들었던 모양”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따르면 A군은 참사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슬픔이 너무 처참하기에 그분들만이 온전하게 견디라고 말할 수 없다. 그 고통을 우리가 나누기에는 너무 크지만 최소한 그들의 상처를 짓누르고 조롱하고 망언을 일삼는 자들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들에게 함께 분노함으로써 조그만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는 내용도 해당 글에 담겼다.

지난달 20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생존자와 목격자는 물론이고 불현듯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특히 더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2차 가해로 인한 고통으로 트라우마가 더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

유족과 부상자 등에 대한 정부의 심리 상담은 지난달 말까지 4000여 건 이상 이뤄졌다.

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는 지난달 28일 CBS 라디오에서 “자책이 정말 심했다. 일단 ‘그 자리에 가지 말걸’이라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들기 시작했다”며 “그때만 해도 사고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서 뉴스를 통해서 내가 지금 어떤 현장에 있었는지를 깨달은 거기 때문에 귀가하고 나서부터가 더 힘들더라”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용기를 내서 얘기도 좀 해보고 전문가한테 객관적인 상황을 들으면서 안정감, 안도감을 찾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며 “거기서 용기를 얻고 얘기를 해서 긍정적인 얘기를 들으면 다시 또 용기를 내서 조금 더 오픈하게 되는 등 선순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센터장은 “고립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연결되는 거고, 지지받는 것”이라며 “힘들게 연결했는데 거기서 또 엉뚱한 소리 들으면 사실은 더 뒤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위로하는 것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며 “솔직한 게 사실 제일 좋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너무 걱정되고, 너무 기쁘고’ 그냥 그렇게 말하면 되는데 굳이 뭔가 의도를 넣으려다 보면 오히려 실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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