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역사의 뒤안길서 찾은 보물'방짜수저'

4대째 가업 이어가는 '김우찬 전수조교'
한국관광공사 11월 추천가볼만한 곳
  • 등록 2015-11-14 오후 4:06:43

    수정 2015-11-14 오후 4:07:23

공방 앞에 선 김우찬 전수조교
다양한 문양의 방짜수저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강릉에는 방짜수저를 만들며 외길 인생을 걷는 젊은 장인 김우찬 전수조교가 있다. 16세 때 강원무형문화재 제 14호인 아버지 고 김영락 방짜수저장에게서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배운 뒤 지금까지 한길을 걷는다. 2001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입선, 전국공예품대전 강원도 은상, 강원무형문화대전 신진상, 2013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특선 등 수 많은 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방짜수저보존회를 설립해 방짜수저의 명맥을 잇는다.

◇구리와 주석을 두드려 만든 방짜수저

방짜수저는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로 섞은 방짜를 망치로 두드려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방짜는 구리 1근(600g)에 주석 4.5냥(168.75g)을 더한 것인데, 정확한 비율을 따지면 구리가 78%, 주석이 22%를 차지한다. 구리가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면 쇳덩이가 딱딱해서 망치로 칠 수 없고, 주석이 더 들어가면 망치질할 때 쇠가 터지고 만다. 방짜는 ‘참쇠’라고도 부르는데, 그만큼 질이 좋다는 뜻이다. 예전엔 참한 며느리가 들어오면 방짜 같은 며느리가 들어왔다고 칭찬했다.

방짜수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수작업이다. 과정이 복잡하고 드는 수고와 노력도 보통이 아니다. 먼저 잿빛 쇳덩이를 수천 번 두드려 단단하게 만든다. 그 다음 숯불에 달군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위아래를 뒤집어가며 망치로 두드린다. 이 과정에 수저의 기본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숯불에 15회 이상 담금질해 두드리면 쇠의 조직이 치밀해져 강도가 높아지고 광택이 난다. 다음은 망치 자국이 울퉁불퉁한 숟가락을 나무틀에 고정하고 쇠칼로 불에 달궈지며 생긴 때를 벗겨낸다. 이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반짝이는 놋쇠가 드러난다. 이 쇠를 줄질로 다듬고, 날카롭고 뾰족한 칼로 머리와 손잡이에 문양을 새긴다. 그리고 쇠기름으로 광을 내면 수저 한 벌이 탄생한다.

방짜수저는 종류가 다양하다. 생김새에 따라 망치 자국이 있는 막수저, 무늬 없이 두툼한 온간자, 가늘고 약한 반간자, 자루 끝에 무늬가 있는 꼭지수저로 구분한다. 새긴 문양과 거기에 담긴 뜻도 여러 가지다. 손잡이에 매화를 새긴 매화수저는 장수를, 죽절문(竹節紋)을 새긴 죽절수저는 다산다복을 상징한다. 장애인을 위한 방짜수저도 있다. 손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을 위해 김 전수조교가 만든 것이다. 손이 움직이는 각도까지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역사의 뒤안길 속으로 사라지다

방짜수저는 두드려서 만들기 때문에 가볍고 녹슬지 않는다. 식중독균을 없애는 작용도 한다. 그래서 방짜수저를 사용하면 웬만한 입병은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거지가 깡통은 차도 숟가락은 꼭 방짜를 쥐고 다녔다는 옛말도 있다. 방짜수저는 조선 후기까지 많이 사용했지만, 1950년대 양은이 보급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김 전수조교 집안은 4대째 방짜수저를 만든다. 작업실 한쪽에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작업 도구들이 놓였다. 하나같이 손때가 새까맣게 묻어 반질거린다. 모두 100년이 넘은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쓰다가 지금은 김 전수조교가 물려받아 사용한다. 수저 한 벌을 만드는 데 40여 가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고되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이다. 방짜수저는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정해졌다. 김 전수조교는 한때 생활이 힘들어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포기할까 생각했다. 외로운 길을 걷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방짜수저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떠올리며 열심히 만들고 있다.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은 강릉시 입암동 주택가에 자리한다. 언뜻 보기에는 허름한 철공소 같다. 작업실에 걸린 ‘원조참방짜공방’이라는 간판이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작업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한다. 방짜수저가 조금이라도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오죽현, 선교장, 안목해변 등 볼거리 가득

가을에 강릉을 즐기기 좋은 곳은 오죽헌과 선교장, 안목해변 커피거리다. 오죽헌은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율곡 선생 동상이 있고, 오른편에 넓은 화단이 조성되었다. 신사임당이 그린 8폭 병풍 ‘초충도병’에 등장하는 참외, 수박, 가지, 맨드라미, 원추리, 양귀비, 여주, 봉숭아를 심은 ‘초충단’이다.

계단을 올라 자경문을 지나면 오죽헌과 문성사다. 문성사는 율곡 선생을 모신 사당이고, 왼쪽의 작고 아담한 한옥이 오죽헌이다. 율곡 선생의 영정을 모신 문성각, 율곡 선생이 어릴 적 사용하던 벼루를 보관한 어제각 등을 돌아보면 강릉의 가을이 더없이 깊고 그윽하다.

오죽헌과 가까운 강릉 선교장도 가을 분위기로 가득한 곳이다.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1700년대에 건립한 뒤 10대에 걸쳐 300여 년간 이어온 123칸 고택이다. 대문이 달린 행랑채와 안채, 사랑채, 별당, 사당, 연당과 정자까지 갖춘 조선 사대부 가옥으로, 영화 〈식객〉 〈황진이〉와 드라마 〈궁〉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선교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물은 열화당과 활래정이다. 열화당은 선교장의 사랑채로 1815년에 지었으며, 동판으로 만든 러시아식 테라스가 이색적이다. 조선 말 러시아 공사관 사람들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 보답으로 동판 테라스를 선물했다고 한다. 행랑채 바깥마당 앞 연못에 자리한 활래정은 건물 일부가 물 가운데 떠 있는 형상이다. 한여름이면 가득 핀 연꽃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안목해변 커피거리도 가을 강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해안 도로를 따라 로스터리 카페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약 20년 전만 해도 커피 자판기로 가득했는데, 몇 년 전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카페거리로 변모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뿐만 아니라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카페가 많다. 바다를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 한잔 마시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강릉예술창작인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지난 2010년 옛 경포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서 한지 공예, 도예, 자수 등 다양한 분야 예술인 22명이 입주했다. 이들이 만든 예술품 감상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알찬 체험까지 즐길 수 있다. 체험비는 약 1만~1만 5000원이다.

같은 건물 2층에 자리한 동양자수박물관은 조선 궁중 유물 자수를 비롯한 우리 자수 300여 점, 중국과 일본 등의 동양자수 110여 점을 전시한 곳이다. 자수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볼 수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0여 회(06:22~23:05)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여 회(06:00~23: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자동차=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강릉 IC→강릉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www.seamarqhotel.com

△잠잘곳= 베니키아 경포비치호텔(033643-6699), 휴심(033-642-5075), 썬크루즈리조트(033-610-7000), 씨마크호텔(033-650-7000)

△먹을곳= 식당 정보= 토담순두부(순두부, 033-652-0336), 삼교리 원조 동치미 막국수(막국수,033-661-5396), 벌집칼국수(장칼국수, 033-648-0866)

△주변 볼거리 =정동진, 커피커퍼 커피박물관, 하슬라아트월드, 강릉솔향수목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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