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열전①]'지뢰밭' 석유공사 사장 공모에 22명 몰린 까닭

5개월여만에 신임사장 내정 '막전막후'
감사원, 국회, 법원 '악재'로 거물급 지원 없자 경쟁률 ↑
'힘 있는 CEO 어디 없나' 석유공사 구인 몸부림
'장관만큼 실세' 11조 예산-1억 연봉 처우에 인기
  • 등록 2016-01-30 오후 6:02:05

    수정 2016-01-30 오후 6:02:05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국석유공사 신임 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5개월여 만에 결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김정래 전 현대중공업(009540) 사장을 석유공사 사장으로 제청하기로 했다. 대통령 임명 절차를 끝내면 이르면 내달 신임 사장이 취임한다. 자산총액으로 재계 순위 23위(작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를 기록한 공기업 석유공사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해 8월16일로 임기가 끝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업무를 대행 중이다. 5개월여 동안 후임 인사가 없었던 것은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임 석유공사 사장 앞에는 ‘지뢰밭’이 펼쳐져 있는데 누가 오려고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끝없는 ‘지뢰밭’..감사원, 국정조사, 송사까지

한국석유공사.(사진=석유공사)
지난해 석유공사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은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들 3곳이 2002년 이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총 35조8000여억원을 투입하고도 자원확보 성과는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부실자산의 과감한 정리 등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10여개 관련 사업 매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도 계속됐다. 석유공사는 2014년 2조295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1189억원의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캐나다 하비스트(HOC)사 정제사업부문 등 주요사업을 매각한 게 반영됐다. 끝을 알 수 없는 저유가가 계속되는 것도 실적 부진에 한몫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 국정감사를 통해 석유공사 관련 논란이 지상중계 됐다. 법원에서는 캐나다 정유업체 하베스트 등의 부실 인수로 수천억원의 국고 손실을 불러온 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 전 사장 송사가 진행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8일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공개 반발, 항소심에서 적극 유죄를 다툴 것을 예고했다.

이 같은 악재가 계속되다 보니 석유공사 내부에선 “올해는 ‘생활’보다는 ‘생존’이 우선”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르면 내달 에너지 공기업 3사 구조조정안도 마련할 예정이어서 긴장감도 고조된다.

호랑이급 지원인사 없다? ‘11조 예산, 1억 연봉’ 눈길

(출처=감사원, 단위=조, 기간=2003~2014년)
주목되는 점은 이런 상황임에도 석유공사 사장은 여전히 인기라는 점이다. 지난 21일 석유공사 사장 공모 결과 지원자가 22명이나 몰렸다. 석유공사 안팎에서는 3가지 분석이 나온다.

첫째, 거물급 인사 지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임 사장이 여러 난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호랑이급 인사들이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런 지원자가 없다 보니 ‘그럼 나도 지원해볼까’라는 생각에 지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22명 지원자 중에는 울산 등 석유공사 본사 주변 지역 인사들도 여럿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 ‘힘 있는 CEO’를 찾으려는 몸부림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공모 기간·횟수를 늘리면서 적극적으로 ‘구인 광고’에 나섰다. 이 결과 지원자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내부에서는 ‘힘 있는 분’이 사장으로 오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치권 등에서 유력인사가 와서 외풍(外風)을 막아달라’는 속내로 풀이된다.

셋째, 석유공사 사장의 처우 때문이다. 지난해 사장 연봉은 1억1405만5000원(기본급)이었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연봉이 삭감됐지만, 여전히 정부 차관급 수준이다. 지난해 석유공사 예산은 11조8298억원에 달했다. 주요 사업은 석유개발 사업(21개국 생산·개발·탐사 31개 사업, 작년 7월말 기준), 석유비축 사업, 동북아오일허브 사업, 알뜰주유소 사업, 석유정보서비스 사업이다. 이는 웬만한 중앙부처 장관(지난해 산업부 예산 8조54억원)이 다루는 예산보다 많은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 사장은 정권 차원의 의중이 반영된 자리 중 한 곳”이라며 “신임 사장이 부담이 많은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석유공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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