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이 된 채석장, 경이로워라

포천 돌 캐낸 자리에 자연이 만든 호수…문화 입혀 ‘아트밸리’로 변신
  • 등록 2009-10-28 오후 12:20:00

    수정 2009-10-28 오후 12:20:00

[경향닷컴 제공] 포천 아트밸리가 최근 개장했다. 산중턱에 자그마한 연못이 있고, 주변은 조각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전시물의 규모로만 보면 지방에 있는 자그마한 조각공원 정도로 여겨지지만 아트밸리는 꽤 값진 의미가 있다. 신북면 독곡리 아트밸리는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폐채석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해서 아트밸리에 가면 가장 먼저 보아야 할 것은 전시물이 아니라 포천석을 캐내려 바위를 깎아냈던 폐석장 자리다.


포천석은 꽤 이름난 석재였다. 인터넷 포털 검색란에 포천석을 치면 석재상 이름들이 줄줄이 뜬다. 그냥 화강암이라고 하는 것보다 포천석이라고 하면 더 알아준다는 뜻이다. 국회의사당, 청와대, 독도의 비석에도 포천석이 쓰였다. 빛깔이 곱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포천석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이고 10년쯤 전에 독곡리 포천석 채석장은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채석장 터에 사람들이 눈길을 돌릴 리 만무해, 수년 정도 방치됐다. 버려진 채석장을 어떻게 복원할까? 포천시청 관계자는 복원 방안을 고민하다 채석장을 찾았을 때 깜짝 놀랐다. 채석장 터가 물에 잠겨 있었는데 마치 깎아지른 절벽이 비치는 호수처럼 보였던 것이다. 삼국지의 적벽이 이렇다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물 속에는 버들치와 가재가 살고 있었다. 산중턱에 어떻게 물고기가 살게 됐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수질은 1급수였다. 수심도 꽤 됐다. 동네 둠벙 정도가 아니라 가장 깊은 곳은 수심 30m에 달했다. 절벽의 높이는 50m다. 호수는 그리 넓지도 크지도 않다. 7040㎡다. 어찌됐든 외국에 온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준다.

폐석장은 흉물스러울 수밖에 없다. 숲을 걷어내고, 돌을 깎아낸 자국은 사람으로 치면 피부 속 밑의 세포조직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생채기가 아름다운 호수로 변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

포천시의 폐채석장 복원 계획은 문화공간으로 꾸미자는 쪽으로 방향이 선회됐다. 협곡을 따라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관람대를 만들고 한쪽 귀퉁이에 무대도 만들었다. 지난 24일 개장식 날엔 한 방송사 주최로 음악회도 열렸다. 여기에 모노레일도 설치했다. 폐채석장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꽤 급한 편이어서 민자를 유치해 모노레일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아트밸리는 어찌보면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람의 몫이다. 아직까지 작품은 많지 않다. 바위에 깔려 있는 노래하는 사람,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는 조각품 등 10여점의 작품이 있지만 ‘아트밸리’란 이름에 걸맞게 꾸미려면 작품도 많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 모형을 한 전시관도 있지만 전시품은 별로 없다.

아트밸리가 이름값을 하려면 프로그램도 좋아야 한다. 눈만 즐거운 관광지는 쉬 질리기 때문이다.

여행길잡이

포천시에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찾아가는 길은 약간 헷갈린다. 내비게이션에 경기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282로 찍으면 된다. 일부 내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트밸리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모노레일은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www.artvalley.or.kr (031)538-3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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