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맛보기] 5년 빨리 대통령하려다 10년 뒤에도 못한다

김영삼·김대중, 87년 후보단일화 실패로 대권등극 늦어져
이인제·손학규·김두관, 대선도전 실패 후 정치적 어려움
남경필, 원희룡, 안희정, 차기 대선 앞둔 선택에 관심 집중
  • 등록 2016-07-16 오전 9:00:00

    수정 2016-07-16 오전 9:00:00

차기 대선을 앞두고 조기등판론이 흘러나오는 여야 정치인들. 왼쪽부터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가나다순)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조기등판론이 흘러나옵니다. 주로 이야기되는 사람은 새누리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안희정 충남지사입니다. 멋진 일입니다. 세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여야 정당의 최종 대선 후보가 되거나 만약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한국정치사는 미증유의 변화와 대혁명을 경험할 지도 모릅니다.

다만 너무 일찍 승부수를 던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입니다.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5년 빨리 대통령을 하려고 나섰다가 10년 뒤에도 대통령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오직 예외가 있다면 YS, DJ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고 김영삼·김대중 대통령만이 있을 뿐입니다. 두 사람은 영남과 호남이라는 확고한 지역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한 번의 실패에도 재도전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87년 양김분열, YS는 5년 후 ·DJ는 10년 후에야 대권쟁취

87년 대선은 양김분열이라는 역사적 과오를 남겼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했다면 군부정권의 연장을 막을 수 있었지만 실패했습니다. 87년 대선의 승자는 노태우였습니다. 김영삼은 5년 뒤인 92년 대선에 가서야 대권을 거머쥐었습니다. 김대중은 그보다 더 늦은 10년 뒤인 97년 대선에서야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을 서로 먼저 하려다가 늦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87년 대선에서 양김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생각해봅시다. 만일 김영삼이 단일후보였다면 87년 대선의 승자는 김영삼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습니다. 후보를 양보한 김대중은 YS 집권 기간 내내 명실상부한 2인자의 지위를 누리면서 92년 대선의 승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 모두 역사보다 5년 일찍 대통령에 오르는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87년 대선에서 김대중이 단일후보였다면 노태우를 누르고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실제 역사보다 10년이나 빠릅니다. 더구나 JP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YS와의 연대를 통해 집권기간 동안 정치적 운신의 폭 또한 넓었을 것입니다. 후보를 양보한 김영삼 역시 DJ 집권기간 내내 차기 주자 영순위의 지위를 누리면서 9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민정계와의 전투 속에서 대권고지에 오른 현실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입니다. 3당합당이라는 오점 또한 남기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인제·손학규·김두관의 도전 실패…차기·차차기 모두 난망

역대 대선을 살펴볼 때 너무 일찍 승부수를 던진 정치인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무수히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97년 대선 당시 이인제, 2007년 대선 당시 손학규, 2012년 대선 당시 김두관의 사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세 사람 모두 대선 본선 또는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상당한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97년 대선 당시 500만표의 사나이로 불렸던 이인제가 만약 출마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대선 승자는 DJ가 아닌 이회창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2002년 대선은 이인제의 차지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이인제는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대세론을 누렸지만 노무현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합니다.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의 여파로 2002년 대선 본선무대는 밟아보지도 못합니다. 2007년 대선에서는 군소정당인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1%에도 못미치는 지지율을 얻고 맙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손학규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당시 한나라당 경선은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3자구도였습니다. 만약 손학규의 지원사격으로 둘 중 한 명이 대통령에 올랐다면 2012년 대선에서 손학규는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손학규는 탈당이라는 모험을 선택, 제1야당인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뛰어듭니다. 결과는 패배. 대선 본선무대는 밟아보지도 못합니다. 2012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에게 패배하면서 본선 진출이 좌절됩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손학규의 처지는 여전히 곤궁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문재인, 국민의당에는 안철수라는 주자가 버티고 서있기 때문입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사례도 살펴볼만 합니다. 노무현과 유사한 정치적 스펙과 지역주의 타파 행보로 주목받았던 김두관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남지사에 당선됩니다. 만약 2012년 대권도전 없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했다면 김두관은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문재인의 대체재로 차기 대선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습니다. 김두관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경남지사를 사퇴하고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지만 실패합니다. 이후 2014년 김포 재보선 실패 등 어려움을 겪다가 20대 총선을 거쳐 여의도에 입성합니다. 최대 정치적 기반인 경남을 버리고 수도권을 지역구로 선택하면서 차기 대선을 앞두고는 잠룡으로조차 거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盧·MB·朴, 대선승리는 ‘원샷원킬’…남경필, 원희룡, 안희정은?

어떻게 보면 모든 정치인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입니다. 특히 국민적 인지도를 갖춘 젊고 참신한 여야 정치인들이라면 욕심을 내볼만 합니다. 남경필, 원희룡, 안희정이 대표적입니다. 세 사람은 20대 총선 이후 이른바 조기등판론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한때 불펜투수론을 언급했던 안희정은 “문재인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제”라면서 강력한 권력의지를 선보였습니다. 야당과의 연정이라는 초유의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는 남경필 역시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과 개헌 등 파격적인 화두를 제시하며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원희룡 역시 제주도정에 전념하겠다는 공식 입장 속에서도 차기를 향한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현역 광역단체장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대권 관련 발언이나 행보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조용히 있으면 존재감이 묻힐 수도 있습니다.

YS·DJ·JP 이른바 3김정치 이후 대권은 한마디로 ‘원샷원킬’입니다. 실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는 2002년, 2007년, 2012년 대선 본선에 처음으로 도전해 모두 성공했습니다. 만약 이들이 대선에서 졌다면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요? 어려웠다고 봅니다. 대선 본선에 나가서 당선되지 못하면 훗날을 기약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97년 대선에서 패배했던 이회창이 2002년과 2007년 대선에 나섰다가 연거푸 패배한 것은 재수, 삼수를 거쳐 대권을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남경필, 원희룡, 안희정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들의 차기 대선 출마는 절벽 아래 벼랑 끝으로 본인의 정치생명을 사실상 내던지는 행위입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노무현 당선’과 같은 정치적 기적이 어쩌면 2017년 대선에서도 일어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전략적 판단 착오와 섣부른 도전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본인들의 미래 정치적 자산마저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올 연말 쯤이면 세 사람의 속내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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