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안희정 '미투', 임종석 기획설" 농담할 '때'가 아닌 이유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농담’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홍 대표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에서 성폭력 폭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추문을 언급했다.

이날 홍 대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인사하면서 “미투 운동에 무사한 거 보니 다행”이라고 말했고 임 실장은 “대표님도 무사하신데…”라고 응수했다.

또 사전 환담 과정에서 홍 대표는 “안희정 사건 딱 터지니까 밖에서는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라며 정치판이 무섭다고 표현했다.

홍 대표는 회동 후 자신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농담한 거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회동 전날 홍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같은 주제에 대해 “최근 미투 운동을 할 때 나와 우리당 최 의원을 덮어씌우기 위한 출발로 봤다”며 “그런데 그 운동이 본격화되니 민망한 사건들이 좌파진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으로 좌파들이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농담’이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초청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당대표들에게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일각에선 ‘미투’ 운동을 희화화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8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공당의 대표가 지금 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자신의 삶을 걸고 이 피해를 호소하고 해결해주길 원하는 상황에서 정말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했다”며 “피해자가 자기 고백을 하고 용기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것에 대해서 정치공작의 도구로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은 2차 가해와 같은 행위를 하신 거라고 본다. 어제 발언에 대해서 ‘농담이다’ 이렇게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사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에 함께 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홍 대표에 발언을 다룬 기사를 트위터로 전하며 “하여튼 남들이 할 수 없는 재주를…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남북합의 관련 회동에서 홍 대표가 미투를 얘기할지가 저와 당직자의 사전 관심사였다. 이렇게 얘기할 줄이야. 이건 무대책이다”라고 반응했다.

홍 대표에게 성추행과 모욕을 당했다며 지난 5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류여해 한국당 전 최고위원은 “제1야당 대표가 그 중요한 자리 가서 농담할 때가 아니다. 당신이 부끄럽다. 보수우파를 위해서 당신이 그 자리에서 내려와 달라. 당신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미투를 외칠 수도 없다. 당신이 가해자니까”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