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투자 쏠림이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R&D가 결실을 맺는 선순환을 통해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100개 핵심품목 조기 공급 안정화 집중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R&D 분야의 지출은 24조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7.3%(3조6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증가폭인 4,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이 중점 투자 분야다. 여기에 편성한 예산은 올해(8000억원)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2조1000억원이다. 추가 소요 발생 시 신속 대응 위해 마련한 예비비(5000억원)을 포함하면 사실상 2조6000억원이 자립화에 쓰이는 셈이다.
먼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6대 분야, 100개 핵심 품목의 조기 공급 안정화를 위해 R&D를 집중 투자한다. 1조6000억원 규모의 전략 핵심소재 자립화를 포함한 3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사업절차 줄여 빠른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관련 재원이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한시 특별회계도 신설한다. 기존 일반회계에 편성할 때 전용(轉用)하거나 흐지부지될 수 있는 만큼 별도의 바구니에 담아 자립화를 위한 방안으로 온전히 쓰겠다는 복안이다. 전날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도 소재·부품·장비특별위원회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소속으로 설치토록 하는 등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원천 핵심기술 확보와 기업 혁신을 위해 미래 성장 분야에도 집중 투자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인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분야에 1조7000억원을 편성했으며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를 3대 핵심사업(빅3)으로 선정하고 육성에 들어간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생산시설 없이 설계·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핵심 설계자산(IP) 확보 R&D에 90억원을 투입하고 판교신도시에는 반도체 설계 지원센터를 신설한다.
현재 세계적인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하면서 재정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 중장기를 내다본 R&D 투자가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R&D가 성과를 내면 재정이 다시 늘어나는 선순환 체계를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경기가 어려워 재정을 늘리지만 미래(성과)가 있는 분야에 투입함으로써 제대로 쓰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R&D나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가 잘됐을 때 대한민국은 새로운 단계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설사 해제한다 하더라도 불확실성은 커졌기 때문에 소재·부품 산업의 자립화를 위한 R&D 투자는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장기 효과를 바라보는 투자지만 R&D에 인건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경기 부양에도 일부 도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