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합? 확전?..美中정상 '담판' 이어 '후속협상'서 판가름

美경제의 '예상 밖 타격'에..대화로 방향 틀어
5일 '시진핑의 연설'에 美 주시..가늠자 될 듯
대타협까지 '갈 길 멀다..美中실무협상 '주목'
  • 등록 2018-11-04 오후 4:51:29

    수정 2018-11-04 오후 4:51:29

미중 정상. 사진=AP연합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정다슬 기자] ‘도미노식’ 보복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으르렁대던 미·중 정상이 지난 1일 정상 간 ‘핫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이달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다시 머리를 맞대기로 한 배경엔 무역전쟁에 따른 양국의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예상 밖 경제적 타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대타협’을 위한 협상테이블로 끌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역전쟁의 전선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근본적인 입장차가 큰 만큼 완벽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식재산권 절도, 환율 등 미국의 요구안들을 완화하거나, 시 주석이 미국을 납득할 만큼의 양보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양 정상이 큰 틀의 ‘통 큰’ 합의를 본다고 해도, 대중(對中) ‘매파’들이 득실거리는 미국의 협상단이 막판 판을 뒤집을 공산도 적지 않다. 작금의 해빙 구도가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종의 ‘쇼맨십’일 가능성도 제기되는 점도 ‘비관론’의 핵심이다. 따라서 향후 양 정상의 담판 회동 이후 전개될 양국 경제대표단의 ‘후속협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역갈등’에 휘청이는 中..美도 타격

불과 일주일 전까지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폭탄’을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중국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급격히 ‘대화’로 방향을 튼 건 미국의 경제상황이 예상 밖으로 무역전쟁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미 경제는 ‘견고함’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간의 동시다발적 ‘무역공세’에도, 무역적자 규모가 오히려 더욱 커진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미국의 상품·서비스 수지 적자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적자 폭을 기록, 올 들어 9월까지 미국의 누적 무역적자는 4470억달러로 전년 대비 10.1% 불어났다.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간 ‘경제성장률’ 고공 행진을 최대 업적으로 자찬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더 뼈아픈 부분은 무역전쟁 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가 3014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무역전쟁’ 우려로 투자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 뉴욕증시가 10월 내내 폭락장을 연출한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려놓았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미 증시의 지난달 참패 앞에서 미·중 통상관계를 다시 쓰고 싶은 욕망과 협상을 타결하고 싶은 ‘본능’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본능’ 쪽에 기운 것으로 관측된다”고 썼다.

중국은 더 심각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중 무역전쟁 이후 처음으로 “경기둔화 우려”를 언급했다. 실제 올 3분기 성장률은 6.5%에 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9년 6개월만의 최저치다.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2로, 2년3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광동성 등에 진출한 2300여개 국제기업 대표기구인 화남미국상회가 약 2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30%가 생산거점을 동남아로 옮기는 걸 검토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올 초 3500선을 웃돌았던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600선까지 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돌아갔다. ‘기술굴기’를 선언, 자신만만하게 미국과 ‘맞짱’을 떴지만, 중국 내부에서조차 ‘시기상조’였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 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왕은 “우리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며 시 주석의 대외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미중 정상. 사진=AP연합
◇中양보안 ‘주목’..대타협까지 ‘가시밭길’

그렇다고 양국이 당장 ‘대타협’의 길을 걸을 공산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은 일단 5일 상하이에서 시작되는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시 주석의 연설을 ‘가늠자’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시 주석이 어떤 ‘양보’ 카드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도 요구 조건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시 주석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무역 콘퍼런스에서 연설한다”며 “무역과 관련해 거기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기대된다”고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작은 화해(a little thaw)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만약 양 정상이 담판 회동을 통해 ‘합의’를 끌어낸다고 해도 무역전쟁 종식을 위해선 여전히 ‘가시밭길’에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 양국의 갈등이 이미 무역 전선뿐만 아니라 외교적·군사적으로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만큼 정상 간 한 차례의 만남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는 “정상들이 뭔가를 해결하고 진전을 보고 싶다고 성명을 내는 것과 실제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지적했다. 샘 색스 CSIS 선임 연구원은 “무역전쟁의 핵심은 산업 스파이, 시장 접근, 검열과 같은 굵은 난제들”이라며 “양 정상이 G20 정상회담 때 발표하는 것들이 있다면, 이들 문제의 지엽적인 일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양국 경제대표단이 협상을 거듭할 때마다 ‘확전’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도 대타협을 어둡게 한다. 지난 5~6월 워싱턴DC와 베이징을 오가며 수차례 고위급 무역 대화를 이어갔지만,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켰다는 지적만 받아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매파들은 중국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변화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11·6 미국 중간선거에서 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마이클 에브리 홍콩 라보뱅크 아시아금융시장 리서치책임자는 “선거일까지 주식시장 반등세를 보장하려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이 크게 줄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핵심 지지기반인 ‘팜 벨트(Farm Belt·중서부 농업지대)’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줄 길게 선 김호중 공연장
  • 칸의 여신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