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들은 40kg 의붓아들은 23kg…“진작에 분리됐더라면”

  • 등록 2020-06-08 오전 9:50:32

    수정 2020-06-08 오전 9:50:32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9살 초등학생이 여행가방 속에 7시간 동안 갇혔다가 구해진 지 3일 만에 사망했다.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 (사진=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쯤 천안시 서북구 자신의 집에 있던 44㎝·세로 60㎝ 여행용 가방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의식을 찾지 못하던 A군은 3일 오후 6시 30분쯤 사망했다.

A군의 몸에는 흉터, 멍 자국, 담뱃불로 지진 듯한 자국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가방 속에 웅크린 자세로 장시간 갇혀 산소 부족으로 장기가 붓고 손상되는 다장기부전증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소견이 나왔다.

범인은 의붓어머니 B씨(43)다. B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친아들의 사진을 올리며 “우리 아드님 40kg 먹방 찍자”라는 글을 적었다. 숨진 A군의 몸무게는 23kg이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9살 남 평균 몸무게가 약 32kg이다. 23kg이라면 상당히 많이 마른 거다. 제가 겪었던 학대 사망 아동들은 한결같이 상당히 많이 말랐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 사건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학대 내용이 너무 잔인무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소풍 가는 날 갈비뼈 24개 중에서 16개를 부러뜨려 죽인 사건도 그렇고. 3개월이 넘게 추운 화장실에 가둬서 때리고 굶기고 락스 원액을 퍼부어서 죽인 원영이 사건도 그렇고, 무더운 날 작은 바에서 개목줄을 목에 걸어 항문이 괴사할 때까지 방치해서 죽인 대구 현준이 사건도 그렇고”라고 말했다.

A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친부와 친부의 동거녀로부터 폭행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의료진이 A군 몸에 학대 정황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A군이 친부와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분리조치되지 않았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분리하지 않는다. 이 학대 아동에 대해서는 원가정보호제도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라며 “학대당한 아동을 학대한 사람이 보호하라는 게 바로 이 원가정보호제도다. 이 경우는 하지만, 이 경우는 상습적 학대 흔적이 있었고 또 가정환경상 학대 우려가 아주 높은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는 아동을 분리해서 장기간에 걸쳐 상담을 하며 진실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분리 기준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판단에 맡긴다.

공 대표는 “이번 사건을 보면 반드시 분리 됐어야 했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공 대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늘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렇게 안 하겠다’라고 말한다. 그는 “다시 또 학대할게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있겠냐. 그 말만 듣고 또 아동이 그냥 집에서 살겠다고 얘기했다는 그 아동의 말만 듣고 무조건적으로 그냥 돌려보냈다는 게 문제다. 이 아동들은 그 부모와 분리되는 걸 굉장히 두려워한다. 너무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부모한테 어쨌든 간에 잘 보여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 상담원들이 아동의 말이나 부모의 말만 듣고 돌려보냈다는 게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프로그램을 전면 개선해야 된다. 그리고 경력 있는 상담원을 배치해야 되고.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 감독이 선행되어야 된다. 그리고 정부는 아동학대 관련해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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