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훔친 코다리 3마리..무인점포 '생계형 절도' 기승

"또 훔쳐가" 서울 노원구 무인편의점 112신고
최근 무인점포 증가세…생계형·소액 규모 절도 늘어
고령층 훔친 봉지엔 코다리 3마리
청소년도 무인점포에 '절도' 유혹
  • 등록 2022-03-06 오후 3:07:16

    수정 2022-03-06 오후 9:14: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 1월 28일 자정을 넘겨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무인편의점에 들어간 A씨는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을 골라 계산대로 향했다. 그는 고른 물건을 비치된 봉투에 담았지만, 계산은 않고 곧장 자리를 떴다. 주인은 설치한 폐쇄회로(CC)TV에서 A씨가 여러 차례 물건을 훔치는 장면을 확인, “전에도 우리 가게에서 물건을 훔친 사람이 또 물건을 훔쳐갔다”고 112에 신고했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범인이 또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주변에서 잠복 수사를 했다. 상습 절도범은 경찰이 잠복한 지 45분 만에 현장에서 붙잡혔다.

서울 노원구 한 무인편의점 CCTV에 포착된 상습 절도범의 모습(사진=서울경찰청 SNS 갈무리)
코로나19 이후 ‘무인점포’ 늘자 두드러진 ‘좀도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외부활동과 대인접촉 감소의 영향으로 절도 등 전통적인 재산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에도 최근 A씨처럼 무인점포를 무대로 값싼 물건까지 손을 대는 ‘생계형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CCTV 설치가 보편화돼 발각될 우려가 크지만, 무인점포 절도는 증가하고 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점포 대상 절도사건은 2019년 203건에서 2020년에는 367건, 2021년(1~5월) 686건으로 늘었다.

실제 작년 5월엔 전국 무인점포 36곳에 주로 심야에 침입해 무인 결제기를 망가뜨리는 수법으로 총 9500만원 상당의 현금을 훔친 범인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 무인점포 전문털이범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택시와 기차 등을 수차례 갈아탔다. 하지만 경찰은 주변 CCTV 250대를 연속으로 추적해 인천의 은신처에서 잠복 수사를 벌여 검거해 구속했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강력 사건보다 사회 구조의 변화로 무인점포를 중심으로 상습절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CCTV 분석과 주변 탐문으로 수사하면 거의 꼬리가 잡힌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불황이 지속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도 절도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에서 발생한 절도 범죄는 4만7164건으로 직전분기(4만3804건)에 비해 7.7%(3360건) 늘었다. 절도는 경찰이 112신고에서 분류하는 5대 사범(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중 폭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범죄로 연간 18만건 수준에 달한다.

생계형 절도에 빠진 고령층…청소년층은 무인점포 유혹

특히 생계형으로 추정되는 소액 규모 절도범죄가 눈에 띈다. 1만원 이하 절도는 2016년 1만1506건에서 2020년 1만1971건으로 증가했다. 경찰이 즉결심판으로 처리한 절도죄도 연간 1만여건 수준으로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1만1799건, 2020년 1만474건 등이었다. 전과로 남지 않고 형사 처벌을 면하는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으로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재판을 받을 때 이뤄진다. 서울 노원구의 한 지구대 관계자는 “소규모 절도 건은 보통 업주가 피해금액만 돌려받고 합의하거나 무인점포 내 경고장을 붙이면서 사건이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61세 이상 고령층이 피의자인 사건이 급증한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61세 이상 절도범죄 피의자는 2016년 1만4021명에서 2020년 2만3141명으로 65% 늘었다. 같은 기간 51~60세(5%)는 소폭 늘었으며, 19세 이하(-26%), 20~30세(-29%), 31~40세(-21%), 41~50세(-13%)의 절도 범죄는 모두 줄었다. 최근 2년간 서울북부지법에서 양형 기준으로 고령임이 감안돼 벌금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절도사건 피해품을 보면 코다리 3마리가 담겼던 파란봉지, 16만원 상당의 식료품, 17만원 상당의 검은색 자전거, 30만원 상당의 전동킥보드 등이다. 경제 위기에 내몰린 노인들이 견디다 못해 소액 절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소년층에선 무인점포의 증가로 절도범죄 유혹에 노출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올해 초 경기 남양주에 있는 한 무인문구점에서 초등학생 2명이 30회에 걸쳐 600만원가량의 물건을 훔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이 무인문구점 주인은 해당 초등학생들이 만 9세의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부모와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인점포가 증가하면서 점포 내 물건과 현금을 노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무인점포 특성상 수차례 범행을 저질러도 행동이 저지되지 않을 수 있는데 경고문구와 함께 지폐 교환기 등 현금보관 장소에 별도의 잠금장치를 해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