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돋보기] '노무현 성공모델' 다시 통할 것인가

  • 등록 2016-01-30 오후 9:36:54

    수정 2016-02-14 오후 7:51:21

(사진=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야권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왜 분열하고 있을까요. 여권의 비판대로 단순히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위장이혼 전략일까요? 어떻게 보면 차기대선과 맞닿아 있습니다. 키워드는 바로 ‘노무현’입니다. 핵심은 ‘과거 노무현의 성공모델이 차기 대선에서 다시 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차기 대선에서 ‘문재인’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한지에 대한 찬반 여부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이하 정치인 직함 생략).

◇‘97년 대선’ 과연 DJP연대가 정권교체 기적 만들었나?

과거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김대중(DJ)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유시민의 저서 중 97년 대선 전에 나온 ‘게임의 법칙’이 있습니다. 유시민이 마흔이 되기 전에 독일 유학 중 쓴 책입니다. 결론은 ‘DJ로는 대선승리가 어렵고 제3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DJ는 온갖 고초에도 97년 대선에서 수평적 정권교체의 기적을 달성합니다. 대선승리의 원동력은 공식적으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였습니다.

실제 득표결과를 보면 대선 승패를 가른 것은 여권 분열이었습니다. 김대중(40.27%, 1032만6275표), 이회창(38.74%, 993만5718표). 두 사람의 표 차이는 39만여표에 불과합니다. 반면 이인제가 받은 표는 승자 김대중의 절반인 500만표(19.20%, 492만5000여표)에 육박합니다. 다시 말해 이인제의 독자출마가 없었다면 DJ의 당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IMF 외환위기라는 여권의 메가톤급 악재에도 DJ가 힘겹게 승리했다는 점에서 97년 대선승패를 가른 것은 이인제 변수였습니다.

2002년 대선으로 가보죠. 노무현은 어떻게 승리했을까요. DJ집권 기간 내내 이회창 대세론이 막강했는데도 말이죠. 노무현(48.91%, 1201만4277표)과 이회창(46.58%, 1144만3297표)의 격차는 겨우 57만980표입니다. 97년 대선과 크게 차이가 없는 박빙 승리입니다. 97년 대선과 비교할 때 이회창은 150만표 정도를, 노무현은 168만표를 각각 더 얻었습니다.

(사진=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2002년 대선은 여야 일대일 구도라는 점에서 노무현의 당선이 쉽지 않았습니다. DJ정권 말기 레임덕에다 독자출마한 진보진영의 권영길이 97년 대선(30만표)보다 세 배 많은 96만표 가량을 얻습니다. 결국 영남표의 분열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 출신의 노무현은 영남지역에서 DJ보다 높은 득표력을 보였습니다. 또 대선 전날 단일화가 깨지기는 했지만 정몽준과의 단일화도 주요 변수였습니다.

결국 97년과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야권은 하나의 결론에 이릅니다. 호남의 대동단결, 수도권 선전, 영남표 분열이라는 3박자가 갖춰질 경우 야권의 대선승리가 가능하다는 방정식입니다. 실제 DJ의 경우 97년 대선에서 서울·경기·인천에서 모두 승리했고 광주·전남북에서는 90%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당·탄핵’ 사과없는 어정쩡한 봉합이 갈등 증폭

두 번의 대선승리 이후 야권은 예기지 못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2003년 참여정부 첫해 새천년민주당이 분당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됩니다. 2004년 17대 총선 직전에는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일어납니다.

돌이켜보면 야권 지지자의 입장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사건들이었습니다. 민주당 분당은 ‘대통령을 만들어준 게 누구인데 배은망덕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탄핵사태 역시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어떻게 탄핵’이라는 분노를 낳았습니다. 17대 총선에서 과반을 달성했던 열린우리당은 이후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며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탄핵을 주도했던 옛민주당 세력도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군소야당의 길을 걸었습니다. 야권은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특히 분당과 탄핵의 앙금에 이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논의까지 불거지면서 증오와 대립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대오각성한 야권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통합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 야권분열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는 분당과 탄핵 사태에 대해 이를 주도했던 세력들이 공식 석상에서 분명한 사과를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이 만들어졌지만 결과는 실패. 대선 본선에서 이명박(48.67%, 1149만2389표) vs 정동영(26.14%, 617만4681표)의 표차는 무려 531만여표에 해당합니다. 한마디로 참패입니다. 특히 보수성향의 무소속 이회창이 355만9963표(15.07%)를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격차는 더 커집니다. 보수의 득표율은 무려 63.74%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정동영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절반 이하의 스코어로 참패한 것은 물론 호남에서도 8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DJ처럼 강력한 카리스마와 지역기반을 갖추지 못한 호남후보의 경우 대선 본선 경쟁력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결과입니다.

(사진=문재인 홈페이지)
◇문재인은 2012년 대선에서 왜 패배했나?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한 야권은 201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의 기적을 염원하며 문재인을 내세웁니다. 박근혜(51.55%, 1577만3128표) vs 문재인(48.02%, 1469만2632표). 결과적으로 패배입니다. 격차는 108만여표에 이릅니다.

대선패배는 야권에 많은 숙제를 안깁니다.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였다는 판단이 많았기 때문이죠. 실제 역대 대선과 달리 야당을 괴롭히던 진보정당마저 출마를 표기하고 완벽한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투표율도 75.8%로 예상보다 상당히 높았습니다. 또 영남에서 야권 득표율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의 승리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불완전했다. 친노 후보의 확장성의 한계다.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이견이 분분합니다.

대선 득표율을 따져보죠. 앞서 밝힌 대로 야권후보의 대선승리는 호남단결, 수도권 승리, 영남표 분열이라는 3박자를 갖춰야 합니다. 문재인은 호남에서 90% 안팎의 득표(광주 91.97%, 전남 89.28% 전북 86.25%)를 기록합니다. 부산·경남·울산 등 이른바 PK지역에서는 4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합니다. 노무현 당선 때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패배합니다. 서울(박근혜 48.18% vs 문재인 51.42%)은 이겼지만 인천(박근혜 51.58% vs 문재인 48.04%)과 경기(박근혜 50.43% 문재인 49.19%)에서 졌습니다.

문재인과 달리 노무현과 DJ는 모두 수도권에서 승리했습니다. 진보정당 후보였던 권영길이 출마하면서 야권표가 분산되는 악조건도 뛰어넘었습니다. 2002년 대선의 경우 서울(이회창 44.95% vs 노무현 51.30%) 인천(이회창 44.56% vs 노무현 49.82%) 경기(이회창 44.18% vs 노무현 50.65%). 97년 대선의 경우 서울(이회창 40.89% vs 김대중 44.87%) 인천(이회창 36.40% vs 김대중 38.51%) 경기(이회창 35.54% vs 김대중 39.28%).

◇문재인 다시 한 번 더 vs 다른 대안도 있다

자 이제 결론입니다.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야권의 선택지는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좀 이르기는 하지만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빅3 이외에도 손학규, 안희정, 김부겸 등 여러 명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손학규, 안희정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영남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호남 기반의 야권이 영남 출신의 차기후보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호남의 정치지형 자체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입니다. 19대 총선 기준으로 지역구 숫자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부산 18석, 대구 12석, 울산 6석, 경남 16석 경북 15석 등 영남은 무려 66석이지만 호남은 절반에 못미치는 30석(광주 8석, 전남 11석 전북 11석)입니다.

과연 누가 나서야 할까요. 크게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노무현의 성공모델에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은 이에 반대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합니다. 4.13 총선 성적표와 이후 전개될 합종연횡의 과정에서 야권 지지자들이 누구를 선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답은 아래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친노의 상징인 문재인이 다시 한 번 도전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했던 안철수가 정답이다.

-수도권의 비중을 고려할 때 박원순이 나서야 한다.

-친노와 충청의 지지를 담보할 수 있는 안희정이다.

-정치재개를 모색 중인 중도개혁 이미지의 손학규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뛰고 있는 김부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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