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앞선 기업이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방법

김범주 유니티 코리아 에반젤리즘 본부장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속도’와 ‘비용 절감’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인들에게 생존이 걸린 화두로 여겨지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TTM(Time to Market), 즉 제품을 기획하고 준비해 시장에 내놓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것은 기업의 필수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비용 절감은 어느 시대이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겠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특히나 생존에 직결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금 산업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게임 엔진이다.

게임 엔진은 빠르고 편리하게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통합 플랫폼이자 솔루션 패키지로, 실시간 3D 구현을 지원한다. 과정이 쉽고 빠를 뿐 아니라 그 결과물 또한 뛰어나 실제로 게임 엔진으로 구현한 3D 그래픽 영상과 실물을 직접 촬영한 영상을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 과정 및 결과물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한 다양한 산업분야의 개발자, 엔지니어들이 이를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면서, 게임 엔진은 기업의 비즈니스 속도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한 구원투수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게임 엔진을 가장 잘 사용하고 있는 분야는 최신 기술의 선봉을 지키는 자동차업계다. 실시간 3D를 활용한 디자인 시각화는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뿐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부분에서도 효과적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대용량의 차량 데이터를 경량화하고 차량의 내외부 모습을 3D로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도입해 지난해 ‘2020 코나 하이브리드’를 선보인 바 있다. 아우디 또한 유니티가 만든 가상환경에서 엔지니어끼리 협업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볼보의 경우 자율주행차량을 위한 시뮬레이션에 실시간 3D 기술을 도입해 적은 비용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차량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훈련한다.

건축업계에서도 게임 엔진 도입과 확산 속도가 빠르다. 건축, 엔지니어링, 건설을 포함하는 AEC 산업에서 글로벌 상위 5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이 유니티를 활용하고 있다. 언제나 어느 기기에서나 건축모델정보(BIM)에 접근할 수 있으며, 결과물을 미리 확인하고 빠르게 수정할 수 있어 프로젝트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산업의 교육과 영업, 마케팅 분야에서도 게임 엔진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전문 기술을 포함한 교육은 교육생의 숙련도를 향상하는데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나아가 의료 현장이나 석유 시추현장, 혹독한 자연환경에서의 교육 현장을 상상해 보라. 산재한 위험 속에서 교육이 진행되는 상황이 산업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많다. 이에 기업들은 실시간 3D 구현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몰입형 인터랙티브 경험으로 학습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비용을 줄이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있다.

영업과 마케팅에서 게임 엔진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 중 하나는 가상 쇼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유니티와 협력해 AR 쇼핑앱 ‘it9’를 개발, 소비자들이 가상의 전시관을 선택해 상품들을 살펴보며 쇼핑할 수 있게 했다. 이케아에서는 프린트된 카탈로그의 마킹 도구를 사용해, 스마트폰으로 실제 공간을 비추며 가상의 가구를 배치하는 기능을 갖춘 AR 기술 기반의 앱을 유니티로 제작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마케팅이 떠오르면서 부동산 및 건설업계에서 앞다퉈 내놓은 가상 모델 하우스도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다.

규모나 산업분야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기업이 생존 문제에 직면한 요즘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게임 엔진은 기업이 비즈니스 속도와 비용절감에서 혁신을 이루는 한 예다. 기존의 방식을 뒤틀고 다른 산업과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를 들여다본다면 분명 우리 기업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