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변한다)`神의 직장`은 없다

`체질개선` `거품빼기` 등 공격적 드라이브
임금삭감 등 비용은 낮추고 일자리는 창출
  • 등록 2009-06-23 오후 2:06:19

    수정 2009-06-23 오후 2:06:19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정부가 강도높은 공기업 개혁에 나섰다. `철밥통`으로 불려온 공기업에 대한 개혁이 없이는 작금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절대명제가 배경에 깔려 있다. 공기업들도 과거와 달리 개혁전선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환골탈태에 나선 공기업들의 대응을 짚어본다. [편집자]
 
 "조직을 개혁할 자신이 없는 기관장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합니다" "자리에 연연해 하지 말고 소명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 4월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쫓을 수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이날 참석한 70개 주요 공공기관 기장장들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공공기관 CEO는 "대통령의 발언에 비장한 분위기가 흐르기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2개월여만에 실제로 정부는 지난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산재의료원, 한국소비자원, 한국청소년수련원 등 4개의 공공기관장에 대해 경영성과가 미흡하다며 해임을 건의하기에 이른다.

◇ `거품 빼기` 공격적 드라이브

이 대통령은 민간기업 CEO 출신이다.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그의 눈에 `신의 직장`이라는 공공연한 비아냥이 나오는 공공기관은 성에 차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 지난 4월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공기관장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취임 초기부터 공공기관의 선진화를 강조해왔다.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넘기고, 반드시 공공이 맡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민간 수준으로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세계적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는 공기업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국가경제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3.6%에 달한다. 우리 경제의 적지 않은 축을 담당하는 공기업이 느긋하게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정부는 `체질개선`과 `거품빼기`를 모토로 지난해부터 총 6차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쉼없이 발표했다.

129개 전체 공공기관의 12.7%에 해당하는 2만2000명의 인력을 감축키로 하고, 산업은행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4개 기관은 민영화하거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또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등 41개 기관을 16개 기관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내놨고, 청년인턴 채용과 대졸 초임 인하 등도 유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지금부터가 공기업 선진화 2기"라며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선 생산성에 비해 부풀려진 보수와 조직, 사업구조 등 `3대 거품`을 빼겠다고 공언했다. `신의 직장`이라는 오명을 불러일으킨 방만 경영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또 노사관계도 보다 선진적인 변화시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고, 서비스 수준도 관료적이 아닌 일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 비용은 낮추고 일자리는 늘리고

공기업들도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저마다 경쟁적으로 정부가 제시한 선진화 방안에 맞춰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우선 자발적인 임금 삭감을 통한 고통 분담에 나서는 공공기관들이 속속 출연하고 있다. 공기업의 평균 연봉은 5330만원 수준으로 민간에 비해 평균 3.5%, 공무원에 비해서는 14% 높다. 7000만원이 넘는 곳도 32곳에 달한다.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기관은 최대 30%의 대졸 초임 인하 뿐 아니라 노사 협의를 통해 자발적인 임직원의 성과급 반납도 줄을 잇고 있다.

한국수출보험공사의 경우 지난해 성과급 일부를 반납한데 이어 올해도 직원들의 임금 3~10%를 반납키로 했다. 임원의 경우 최대 10%까지 반납했다.
 
공기업 최초로 차등 직무급제를 도입해 보수체계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같은 직급이라도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하는 직원에게는 더 많은 보수가 지급되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군살빼기`를 통해 노동생산성은 설립 이후 27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전력 임원들도 연봉 10%를 반납키로 했을 뿐 아니라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순환보직제도를 폐지하고 팀장급 이상 모든 보직에 대해 일제히 공개경쟁 제도를 도입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석유공사는 직원들의 임금 5%를 반납하고 성과보상시스템을 도입해 실질적인 연봉제를 시행하는 등 고강도 경영혁신을 추진중이다.  

청년인턴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직원들의 임금 삭감과 체질개선을 통한 여유 재원을 통해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한전의 경우 자회사를 포함해 1970명에 달하는 청년인턴 채용 계획을 세우는 등 저마다 청년인턴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지식경제부 산하 66개 공공기관의 올해 청년인턴 채용 규모는 2600여명에 달한다.

경기침체로 민간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주춤거리자 공기업들은 설비투자에도 앞장서고 있다. 가스공사의 경우 올해 1조원이 넘는 투자계획을 세우는 등 공격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중 절반 이상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목표다.

◇ 한국은 좁다..해외로 해외로
 
공기업은 국내 시장에서 대부분 독점적인 권한을 누린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수십배 덩치의 외국 회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내실을 다지고 있는 공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우리나라가 취약한 지역인 아프리카와 남미를 집중공략해 우라늄·동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니제르에서 자주개발이 전무했던 우라늄 400톤U의 판매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수요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말까지는 중대형 자원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석유공사도 글로벌 자원개발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적극적인 여러 해외 자원개발회사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경영컨설팅까지 받으며 세계적인 대형석유회사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원전의 해외진출 성사를 위해 뛰고 있다. 원전 플랜트 시장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300기, 100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과 경쟁하기가 녹록치 않지만 핵심 원전기술의 국산화를 앞당겨 조만간 원전 수출 1호의 결실을 맺겠다는 각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선진화는 미래와 국민을 위한 과감하고 쉼없는 자발적 변화"라며 "체질개선과 거품빼기 등 당면한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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