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용 추경 `일단 멈춤`..당정 불협화음

한나라당 국가재정법 개정에 난색
`정부 뒤치다꺼리만 하냐` 정서도 팽배
  • 등록 2008-04-18 오후 3:00:23

    수정 2008-04-18 오후 3:00:23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대통령 발언에 탄력을 받아 속전속결 추진하려던 정부의 추경 편성을 통한 내수부양 정책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내수가 너무 침체돼서는 안된다'는 대통령 발언에 탄력을 받아 밀고 나가려 했지만, 여당은 정부 바램처럼 일사천리로 진행시켜 주지는 않을 분위기다. 새 정권 이후 `첫 만남`을 가진 당정은 추경에 대해 다시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여당이지만..무조건 정부 편 아냐` 
 
18일 새 정부 출범 이후 당정청이 처음 공식적으로 만났지만 최대 현안인 추경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논의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보다는 감세를 통해 내수진작을 하고, 4조9000여억원의 세계잉여금은 국가채무를 더 상환,  금리를 인하해 내수진작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추경 반대 입장을 뚜렷이 했다.
 
이 의장은 또 "이명박 정부는 작고 알뜰한 정부를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질타 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원하고 지향하는 경제 살리기는 잠재성장력을 성장시켜서 살리기를 달성하자는 것 아니었느냐, 그런 만큼 모든 경제정책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따끔한 질책이 이어졌다.
 
그동안 성장목표를 고수하고, 추경 등 경기진작 정책들을 부각시켜온 기획재정부와는 지향점이 다른 발언이었다. 이 의장은 이날 당정청협이 열리기 전에도 "경기 진작은 감세를 통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한구 의장과 전화 통화를 했고, 얘기가 잘 됐다"며 낙관적인 분위기를 전했지만, 막상 당정청협이 열리자 이 의장의 완고한 입장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게 확인됐다.
 
◇`내손으로 어떻게 법을 또 고쳐`..입장 난처한 여당 
 
이번에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 국가재정법은 정부가 쉽게 추경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등`이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국가재정법을 엄격하게 바꿔놓은 당사자가 다름 아닌 한나라당이다.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은 2006년 한나라당 의원이었을 당시 추경예산 편성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상 `천재지변 등`에서 `등(等)`자를 빼버린 개정안을 제출, 통과시켰다. 
 
결국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법을 스스로 취지를 역행하며 고쳐야 하는 난처한 입장이 된 것. 추경예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

한나라당은 야당으로부터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논 법 취지를 이제와서 스스로 훼손하려 하느냐"며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관계자는 "추경은 국가재정법이 걸려 있는 문제여서 지금 한다, 안한다 딱 잘라 말할 일은 아니며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올해 반이 다 갔는데..성마른 정부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은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경기중립적 정책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세금이 지나치게 걷혀 정부가 민간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는 만큼, 이를 돌려주는것은 최소한의 중립책이지 부양이 아니라는 주장으로 당과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
 
정부가 이렇게 추경예산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이유는 감세나 규제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보다 효과가 훨씬 빠른 재정지출을 병행,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고 싶은 것.
 
당장 5월 또는 6월 국회에서 추경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올 2분기 안에 돈이 풀리기 어렵다. 아무리 늦어도 하반기에는 재정을 투입해야, 반년을 다 보내고 난 지금, 올해 GDP를 0.25%포인트나마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급한 정부의 마음과는 달리, 당과의 입장차가 뚜렷해진 만큼 정부는 당을 설득할 수 있는 보다 정치한 논리와 명분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 " 우린 뒤치다꺼리만?"  군기 잡기
 
이날 한나라당은 혁신도시 재검토, 학교자율화 등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 고속질주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강재섭 대표는 "혁신도시, 학교자율화, 추경편성 등 사전협의나 조율이 안된 정책이 일방적으로 발표되거나 잘못 알려지는 바람에 국민에게 불편을 드린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과 모든 정책을 협의해야 한다"고 질타한 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우리는 뒤치다꺼리하는 식으로 가면 안된다"고 했다. 
 
당이 정부에 견제구를 던지며 일종의 군기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추경 등 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당과 협의없는 일방통행`에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군기를 잡다가 당정 관계에서 다른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추경을 볼모로 잡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같은 분위기에다, 경제학자 출신이 이한구 정책위의장 등이 강한 `소신`으로 추경 편성에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추경 편성 계획은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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