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연금개혁보다 더 어려운 예산개혁

  • 등록 2015-05-17 오후 2:58:04

    수정 2015-05-17 오후 4:12:09

박근혜 대통령.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예산의 또다른 이름은 기득권이다. ‘이 돈은 내 돈’이라며 침 발라놓은 게 예산이다. 수십년간 쭉 이어지는 예산은 그 필요성에 대한 판단도 애매해진채 기득권이 된다. 그 기득권을 조금이나마 더 확대할 수 있는 ‘키’를 쥔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말그대로 ‘꿀보직’이다. 최근 특위 위원장직을 향한 여당 두 중진의원간 싸움도 이해가 된다.

“예산 편성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주문은 모든 기득권을 깨라는 것과 같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증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예산개혁이다. 기자는 정치인이 증세부터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이자 업무 태만이라고 생각한다. 불특정 국민에 손 벌리기 전에 내가 갖고 있는 혹은 내가 영향을 미치는 기득권을 깰 생각은 했는지 한번 되돌아보길 바란다.

개혁할 예산은 수두룩하다. 최근 처리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아문법)부터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광주에 대규모 문화전당을 짓는 게 골자인데, 여당 한 의원은 “조 단위 예산이 투입된다”고 했다. 지역 문화시설이 필요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공적연금을 수술해야 할 정도로 재정 압박이 심한 상황을 한번 더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문법은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각종 국제스포츠대회·국제회의 등 이벤트도 수없이 많다. 각 지역축제는 또 왜이리 많은 건지. 조금만 규모가 크면 도로 혹은 철도도 새로 깔아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보통 정치인들이 나선다. 국고로 지원되는 각종 보조금도 다시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정가 관계자는 “이 정도 예산만 잘라도 수조원은 금방 나올 것”이라고 했다. 복지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애초 말이 안되는 논리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공약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내세웠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다. 대선 경제공약을 만든 여당 한 경제통 의원의 토로다. “세출 구조조정은 정권 초 힘이 가장 셀 때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 그만큼 예산 저항이 심하다. 되돌아보면 예산개혁을 못한 게 가장 아쉽다.”

100만명 남짓 공무원을 상대로도 연금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한 게 박근혜정부다. 연금개혁은 예산개혁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만큼 수십년을 굳어온 우리나라 기득권층은 다양하고 두텁고 견고하다. 정권도 벌써 중반을 넘어서는데 개혁 약발이 먹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포기하면 안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예산개혁의 흉내라도 반드시 내야 한다. 예산개혁은 언젠가 누군가 고통스럽게 해야 하는 과업(課業)이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우리나라 경제·사회 구조 전반이 바뀌었는데 예산의 틀만 요지부동(搖之不動)이어서는 안된다. 박 대통령은 ‘증세없는 복지’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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