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기문에게 '위안부' 문제를 묻는 이유

반 전 총장 한일간 첨예한 위안부 문제 대해 모호한 입장
질문 공세에 '나쁜놈들' 발언…피하지 말고 입장 밝혀야
  • 등록 2017-01-22 오후 3:10:50

    수정 2017-01-22 오후 3:10:50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이후 연일 정치권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반기문 전 총장의 연관 검색어 중에는 다소 쌩뚱 맞게 ‘나쁜놈들’이라는 단어가 올라 있다.

사연은 이렇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8일 대구 시내 한 식당에서 청년층과 만나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묻자 “위안부에 관해서 제가 역사적인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어떤 언론이 묻더라도 위안부 문제 답변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식당을 나와 동행한 이도운 대변인에게 “이 사람들이 와서 그것(위안부 문제)만 물어보니까 내가 마치 역사의 잘못을 한 것 같다”며 “나쁜 놈들이예요”라고 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에게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위안부 합의 문제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한일관계의 가장 뜨거운 현안이다. 특히 최근에는 소녀상 문제로 한일간에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으로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 전 총장의 입장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015년 12월 28일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합의를 했을 때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올바른 용단”이라며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극찬했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귀국길 인터뷰에선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재협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 전 총장에겐 답해야 할 책임도 있다. 정당 가입 의사를 내비치는 등 사실상의 대권 주자로, 정치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그다. 당연히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유권자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의 경우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외교 분야는 전직 외교장관이자 유엔 사무총장인 그의 전공이자 상대적인 강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나쁜 놈들’이라고 매도하는 반 총장의 화법은 곤란한 질문을 피하겠다는 비겁함 혹은 일방적인 소통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지도자의 모호한 태도와 일방적인 소통이 어떤 폐해를 낳을 수 있는지 이제 너무 잘 안다. 반 전 총장이 대권 도전에 대해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라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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