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와의 협상을 앞두고 지급해야 할 돈을 '충당금' 명목으로 쌓아두었다가, 실제로 내야 할 로열티가 생각만큼 크지 않자 충당금 일부를 다시 회사의 영업이익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11일 삼성전자(005930)에 따르면,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삼성전자가 기술사용료 충당금을 증액한 규모는 각각 3550억원과 2180억원이다. 상반기에만 총 573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더 쌓았다.
이는 대부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로열티 지급을 대비한 돈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지난해 4월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대만의 스마트폰업체 HTC가 스마트폰 1대당 5달러의 로열티를 주기로 MS와 합의했다. 지난 7월에는 MS가 삼성전자에 로열티를 내라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준비를 해놓아야 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등에는 특별한 로열티 지급 이슈가 없어 상반기 증액된 충당금은 대부분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것"이라며 "애초에 삼성전자가 8달러 이상의 로열티 지급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충당금은 과도한 것이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와 MS가 합의한 안드로이드 OS 사용에 대한 로열티는 대만 HTC보다 낮은 1대당 3~4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과도하게 쌓아놓은 충당금 중 3000억원 가량을 3분기에 이익으로 다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깜짝 실적'의 배경에는 충당금 환원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도연 LIG증권 애널리스트는 "로열티 지급을 염두에 두고 상반기에 충당금을 쌓았다가 MS와 로열티 합의 이후 300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이익으로 환원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3분기 서프라이즈 실적의 한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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