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12억달러 채무불이행 선언…국가부도 ‘코앞’

GDP 대비 부채비율 170%…"더이상 감당 어렵다"
혼란한 정치 상황과 경제난 대규모 시위 불러
불안한 사회·경제에 '뱅크런'…경제위기 심화시켜
  • 등록 2020-03-08 오후 4:52:29

    수정 2020-03-08 오후 5:30:06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가 7일(현지시간) TV를 통해 오는 9일 만기가 도래하는 12억달러 유로본드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레바논 정부가 12억달러 달러표시 채권 상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최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7일(현지시간) TV 중계 연설에서 오는 9일 만기가 되는 12억 달러 유로본드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레바논은 유례없는 규모의 경제 위기를 받고 있다”며 “병원들은 보급품 부족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채무부를 상환할 것으로 기대하냐”고 말했다. 레바논 전역에 약 20분간 방영된 이 성명에서 디아브 총리는 채권자들에게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협상을 요구했다.

레바논은 12억달러 외에도 오는 4월에 7억달러, 6월에도 6억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레바논 공공부채는 900억달러(107조 1900억원)로 국민총생산(GDP)의 170%에 이르고 있다. 이 중 310억달러가 외화 표시 부채이다. 디아브 총리는 레바논이 2020년 갚아야 할 부채와 이자가 총 46억달러로 “레바논 빚은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레바논의 경제 위기는 하루 이틀 예고된 것이 아니다.

레바논은 기름이 나지 않는 중동국가로 GDP의 70%가 서비스업을 차지할 정도로 관광업과 해외 거주자들이 송금하는 달러 등에 의지하고 있다. 35세 미만 청년 37%가 무직으로 실업률도 높다.

중동에서는 가장 민주주의적이며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이지만,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기독교 의원 등으로 이뤄진 국회의 혼란은 약 2년 반이라는 대통령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야기하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국내 경제상황을 완전히 파탄냈다. 대규모 시위에 은행들이 문을 닫았고 불안해진 예금자들이 잇따라 돈을 인출하는 ‘뱅크런’(Bankrun)이 일어났다. 레바논 정부는 하루 인출 한도를 설정하는 등 대책에 나섰지만, 불안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여기에 달러와 가치를 연동하는 고정환율제를 적용하고 있는 레바논 정부는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날 연설에서도 디아브 총리는 외환보유고가 “위험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레바논 파운드의 달러 대비 가치는 공식적으로는 1500레바논 파운드이지만, 암시장에서는 1달러당 2500파운드까지 떨어진 상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나페즈 조우크는 레바논 은행 자산의 70%는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부채와 통화, 은행, 경제, 재정 사태를 모두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바논 정부는 국제금융기금(IMF) 등과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바논 정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끌고 있어 테러 단체로 인정하는 미국의 반대 등으로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뉴욕타임즈(NYT) 는 이미 레바논 정부가 약속한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상당한 상황에서 구조조정 패키지를 설득하는 작업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레바논의 작은 경제 규모로 볼 때 레바논의 디폴트 사태가 다른 신흥시장국가로까지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시장 채권 수익률을 추적하는 JP모건의 EMBI 지수에서 레바논이 차지하는 비율은 0.64%에 불과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