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친 역전 나타났다"‥美 연준 금리인하 압박 거세질듯

2·10년물 역전 40년來 5차례 ‘예외없이 침체’
중국 제조업 부진, 독일도 역성장..미국만 건재
기준금리 인하 압박 더 거세져…연내 2~3회 인하 전망
  • 등록 2019-08-15 오후 6:20:34

    수정 2019-08-16 오전 7:45:35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김경은 기자] “미친(Crazy) 수익률 곡선 역전이라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2년만기 국채 수익률 밑으로 떨어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자 흥분해서 올린 글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조짐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칫 세계 경기를 떠받들고 있는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10년물 역전 40년來 5차례 ‘예외없이 침체’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1.619%로 떨어지면서 2년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1.628%)을 밑돌았다. 2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건 12년 만에 처음이다.

장단기 채권의 금리 역전은 나쁜 신호다. 통상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의 금리는 만기가 짧은 채권보다 더 높은 게 정상이다. 10년간 돈을 빌려주는 채권의 이자가 2년 후에 되받는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게 상식적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그만큼 시간의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낮아졌다는 건 앞으로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자산에서 돈을 빼내 안전자산인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 3개월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한 바 있으나, 당시에는 단기물 수급이 많아지면서 3개월물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이번에는 단기물을 대표하는 2년물 금리와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마저 역전된 것이다.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년과 10년물의 금리역전은 지난 1978년 이후로 모두 5차례 발생했고, 이후 예외 없이 모두 경기침체를 겪었다. 특히 지난 2007년 6월 2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된 이후 미국은 1년여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침체 시기는 6~18개월 범위로, 평균 22개월이었다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전했다.

공포에 휩싸인 주요국 증시는 급락했다. 간밤 뉴욕 증시가 연중 최대치인 3%대 폭락세로 거래를 마쳤다는 소식에, 15일 일본 닛케이 지수는 장중 2.3% 가량 급락하는 등 패닉 장세를 보이다 전일 대비 1.2% 약세로 장을 마쳤고, 대만 가권지수와 싱가포르 STI 지수 역시 1%대 하락했다.

역사적 경험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제이슨 드라호 이사는 “적어도 현재 상황은 확실히 경고 사인”이라고 우려했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나오는 배경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 자체가 경기에 부담을 주기 일이기도 하다. 은행은 단기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간 대출해주고, 그 금리 차이로 이익을 내는 구조다. 그런데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비싸지면 금융회사 입장에선 원가는 비싸지고 대출해주는 금리는 싸진다. 수익성이 나빠지고 대출에 소극적이 된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 현상도 벌어진다.

중국 제조업 부진..독일도 역성장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는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과 유럽의 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펴고 있는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2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중국 경제의 부진은 가사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유럽 경제를 떠받치는 독일에도 직격탄이다. 이날 독일 연방통계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만에 다시 역성장했다. 수출이 줄고 제조업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잠을 깨우는 전화이자 경고 신호”라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경제적으로 악화한 국면에 있지만, 아직 불황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올바른 조처를 한다면 (불황을) 피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기준금리 인하 압박 더 거세져…연내 2~3회 인하 전망

장단기 금리 역전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또다시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연준”이라며 “금리 격차가 너무 큰 탓에 다른 나라들이 ‘아주 멍청한’(Clueless) 제롬 파월과 연준에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고 파월 연준 의장을 몰아세웠다. 그는 또 “우리는 큰 보상과 수익을 쉽사리 거둬야 하는데 연준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우리는 이길 것!”이라도 썼다.

시장에서도 연준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 가격에는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100%로 반영되고 있다.

무조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전망은 76.5%, 나머지 23.5%는 한꺼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더블샷’을 기대하고 있다. 인하는 기정사실이고, 0.25%포인트만 낮출지, 0.5%포인트를 낮출지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FOMC는 9월·10월·12월 등 3차례 남았으며, 이 중 최소 2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앤드리아 이넬리 피델리티 투자 이사는 “장단기 금리 인하는 시장이 연준에게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연준이 시장 기대에 맞춰 올해 적어도 한 차례, 혹은 두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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