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배달앱 '보신탕' 퇴출…'혐오식품' vs '취향존중' 논란 재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포장하고 있는 '개고기' 메뉴
배달 플랫폼 서비스서 '판매금지'…동물단체 등 민원
회사 자체 규정상 혐오식품으로 규정, 입점 업체 퇴출
'法 사각지대'…매번 국회 문턱 못 넘은 사회 난제
  • 등록 2021-03-26 오전 11:00:20

    수정 2021-03-29 오후 11:54:19

[이데일리 이소현 조민정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음식 배달 수요가 늘었지만,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곳이 있다. ‘개고기’를 판매하는 보신탕(사철탕·영양탕) 업체다. 배달 플랫폼 서비스업체에서 ‘혐오 식품’이라는 이유로 입점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용견 문제는 우리 사회의 오랜 난제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국내 약 600만가구가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등 ‘펫족’이 늘어나면서 개고기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한 한편, 보신탕은 개인의 취향인데 배달까지 강제로 막는 것은 차별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코로나19로 ‘배달 전성시대’…퇴짜 맞은 ‘보신탕’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인 ‘쿠팡이츠’는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의 개고기 판매 제한을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0일부터 보신탕 판매를 금지했다.

쿠팡이츠 측은 “보신탕 등 혐오식품 판매를 자체 금지했으나 일부 매장에서 회사 방침과 달리 혐오식품을 메뉴에 포함해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판매 중지 조치했다”며 “향후에도 회사 정책에 따라 야생동물, 혐오식품이 쿠팡이츠에서 판매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쿠팡이츠 앱에서는 보신탕 메뉴를 찾아볼 수 없다. 삼계탕 등을 함께 판매하는 업체에서 보신탕 메뉴를 삭제 조치했으며, 개고기를 단일품목으로 취급하는 업체도 사라졌다. 쿠팡이츠뿐만 아니라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 등 다른 배달 서비스 업체도 개고기 메뉴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A씨는 “최근 코로나 때문에 작년 6월부터 배달을 시작했는데 주로 삼계탕 위주로 나가고 간혹 염소탕도 팔린다”며 “실제로는 보신탕을 주력으로 판매하지만 거기(배달 플랫폼 서비스)에서는 아예 올려주지 않아서 배달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 어플에 입점한 보신탕 업체(자료=동물자유연대)
배달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보신탕을 배달할 수 없는 이유는 ‘혐오식품’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이츠는 혐오식품 6종(보신탕·뱀탕·개소주·도마뱀·지네·뱀술 등)과 야생동물 15종(산양·고나리·너구리·멧돼지·구렁이·자라 등)을 판매할 수 없는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기준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법적·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메뉴는 판매할 수 없다’고 회사는 판매자들에게 공지했다.

실제 쿠팡이츠 이용약관 8조 6항에 따르면 판매자의 상품이나 고객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고객의 평가가 현저히 낮다고 회사가 판단하는 경우 회사가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쿠팡이츠는 보신탕 업체의 입점을 제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신탕 업체들은 매장 판매와 포장 판매만 주로 하고 있다. 이따금 배달 서비스 업체의 배달기사만 활용하는 수준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보신탕을 30년간 판매한 B씨는 “직접 배달할 여력은 안 되고 식당에 직접 주문이 오는 경우 배민이나 쿠팡이츠 기사를 통해서 배달하고 있다”며 “하지만 앱에서 아예 주문을 할 수 없는 건 부당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보신탕 애호가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40대 남성 C씨는 “보신탕을 혐오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좋아하는 소비자도 있다”며 “배달 앱에서 보신탕을 먹고 안 먹고는 개인의 취향이고 선택의 문제로 놔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음식점으로 배달 서비스 플랫폼의 판매금지로 배달은 못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개고기, 식품 원료 아냐”…法 사각지대

보신탕 판매는 현재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이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상에서는 가축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불법 도축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에서 개는 가축이 아니기 때문에 인허가, 신고, 등록사항이 아닌 것. 개 도축을 하고, 개고기를 식당에 납품하고 이를 판매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또 현행 식품위생법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해석에 의하면 개고기는 명백히 식품의 원료가 아니다.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한 동물성 식품 원료에 개고기는 제외돼 있어 관련 처벌법도 적용할 수 없는 셈이다.

동물보호단체가 배달 플랫폼 업체에 개고기 판매 제한을 요구하는 ‘민원’을 넣은 것도 “개고기는 식품 위생 및 품질에 대해 어떠한 규정을 받고 있지 않아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전국민이 이용하는 음식 배달앱에서 개고기 판매를 금지했다는 사실은 개식용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완전한 개식용 종식을 위해 법과 제도 역시 국민 정서를 반영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고기 금지’를 요구하는 민원에 정부는 법 규정 미비로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식약처는 “개고기 식용은 사회적으로 상반된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며 “범국민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고기 금지 문제는 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결국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동물보호법상 개를 포함한 동물의 임의 도살을 금지하는 내용(표창원 의원 등 10인),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내용(이상돈 의원 등 10인) 등 법안이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지난 2001년에는 개고기 식용을 합법화하는 내용으로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 개를 포함하는 내용(김홍신 의원 등 20인)이 발의됐으나 폐기된 바 있다.

서울 도봉구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음식점. 보신탕이 주요 메뉴지만 삼계탕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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