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1조원이나 쏟았건만..결국 못 이룬 '해운왕 꿈'

한진해운, 25일 자율협약 신청..조양호 회장 경영권 포기
정부의 강한 압박에 백기든 듯..용선료 협상 본격화
주력계열사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전체부담도 줄어
  • 등록 2016-04-24 오후 5:03:13

    수정 2016-04-24 오후 5:03:13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데일리 성문재 최정희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117930)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했다. 지난 2013년부터 1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부활을 도모했지만 유례없는 장기 불황에 결국 손을 들었다.

무리한 지원을 계속할 경우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003490) 등의 부담이 커져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달말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조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경영권 포기를 포함한 고강도 자구책을 촉구했던 것이 자율협약 신청의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부친인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77년 출범시킨 한진해운은 창립 40년만에 한진그룹의 품을 떠나게 됐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22일 한진해운 이사회에서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율협약에 의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로 최종 결론내렸다.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예정이다. 금융권 채권기관들이 자율협약 개시 여부에 100% 동의하면 자율협약이 개시된다. 개시 시점은 이르면 다음달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용선료 협상 등을 전제한 자율협약이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양호 회장이 의지를 갖고 지원하던 한진해운을 포기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압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지난달과 이달 만기가 돌아온 공모사채를 갚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까지도 독자적인 생존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 강력한 메시지들을 직간접적으로 전달받은 조 회장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조 회장은 앞서 현대상선이 조건부로 자율협약에 들어가고 용선료 협상 등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못지않게 용선료 부담이 큰 한진해운도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이 필수적이다. 한진해운의 한해 용선료 부담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에도 명분이 생기고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중훈 창업주 타계 이후 한진그룹은 항공, 중공업, 해운, 금융 등 4개 분야로 계열분리돼 4형제가 각각 맡아왔다. 장남인 조 회장은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맡았다.

한진해운을 넘겨받은 3남 조수호 회장은 2006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인인 최은영 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2007년부터 경영에 나서 외형 확장을 주도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황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결국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조양호 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생각해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한진해운의 구원투수로 지원에 나섰고 2014년에는 제수인 최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조 회장은 2014년 4월 한진해운 회장에 취임하며 “한진해운이 흑자가 될 때까지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회장은 부친이 한진을 종합운송 기업으로 키우려던 꿈을 이어받아 육상(한진), 해운(한진해운), 항공(대한항공)을 모두 갖춘 종합물류 그룹 체계의 청사진을 그렸다. 한진해운은 용선이 만료되는 고(高)용선료 선박 반선을 통한 비용절감, 고비용 저효율 선박 처분 통한 노선 합리화, 수익성 낮은 노선 철수로 인한 공급 축소 및 수지 개선 등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반전을 꾀했다.

한진해운 최근 3년간 실적 추이(단위: 원, 자료: 한진해운)
해운 불황 속에서도 최근 2년간 영업이익을 실현하며 부활의 희망을 키웠지만 작년말 기준 5조6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의 파고를 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당장 오는 6월 회사채 19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은 조 회장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결정이다. 다만 해운업계에서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업황이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지원을 계속하다가는 자칫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말 한진해운 영구채 2200억원을 인수하는 등 그동안 6500억원을 한진해운에 투입했다.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말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계속적인 자금지원을 하면서 우려가 커졌다”며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이달초 대한항공이 2500억원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려 했지만 흥행에 실패한 것도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부담 우려 때문이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해운업 환경의 급격한 악화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인 한진해운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자구노력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채권단 지원을 토대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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